美제재받는 러시아에 38조원, 경제난 베네수엘라 68조원 대출해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대외 지원국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지만, 정작 중국 정부는 대규모 자금을 대출받은 국가의 부채 미상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140개국에 3천544억 달러(약 400조원)를 지원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외 지원 규모는 3천964억 달러(약 450조원)여서 중국이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 말리,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등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국가의 부채 미상환에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러시아 국영 석유 기업 로스네프트는 2009년 중국개발은행에서 총 340억 달러(약 38조원)에 달하는 두 건의 대출을 받았다. 이는 2000∼2014년 중국 대외 지원액의 거의 10%를 차지하는 거액이다.
로스네프트는 이 돈을 설비 투자 등에 사용했는데, 여기에는 2011년부터 20년간 매년 1천500만t의 원유를 중국에 공급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로스네프트는 국제 원유가격 폭락과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미국의 제재 등으로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로스네프트는 부채 부담을 줄이고자 지분 매각에 나섰고, 결국 지난달 중국화신(中國華信·CEFC China Energy)이 로스네프트의 지분 14.16%를 91억 달러(약 10조3천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말리는 2014년 중국에서 80억 달러(약 9조원)의 대출을 받아 이웃 나라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900㎞의 국토 횡단 철도를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브라힘 부바카르 말리 대통령이 서명한 이 계약의 시공사는 중국철로공정총공사(CREC)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대외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2.6%에 달하는 이 나라가 부채를 제대로 상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개발은행은 2013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인 PDVSA에 40억 달러(약 4조5천억원)를 대출했다. 이 대출로 PDVSA는 중국석유천연가스(中國石油·CNPC)와의 합작 등을 통해 원유 생산량을 두 배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만기는 8년에, 금리는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에 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대출한 돈은 총 600억 달러(약 6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폭락하고 베네수엘라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천69%에 이어 올해 2천439%에 달하며, 베네수엘라 통화 가치는 폭락했다.
베네수엘라는 대출 일부를 원유 현물로 상환하기로 했지만, 올해 인도해야 할 320만 배럴의 원유를 제때 인도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중국수출입은행은 농업대국인 우크라이나에 36억5천만 달러(약 4조1천억원)을 대출하고 대신 곡물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2년 후에 중국수출입은행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영국 런던의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곡물 기업이 에티오피아, 이란, 케냐, 시리아 반군 등에 곡물을 공급하면서도 중국에는 1억5천300만 달러(약 1천700억원) 어치의 곡물 18만t밖에 인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우크라이나는 부채 상환 계획을 중국 측에 제시한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 이행은 계속 미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중국이 거액을 지원한 프로젝트 중 상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프로젝트는 매우 저렴한 금리로 신용을 제공한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정도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수출입은행은 2014년 카라치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에 65억 달러(약 7조4천억원)를 지원했다. 중국핵공업집단(CNNC)이 짓는 3세대 원자로인 'K-2'와 'K-3'가 이 발전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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