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중구가 생활임금 조례 제정으로 내년부터 기간제 공무원 임금을 현행 최저임금의 1.36배로 인상키로 한 가운데 관내의 한 통닭집 업주가 자발적으로 직원 시급을 인상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지자체 근로자만 적용되는 생활임금 조례가 민간에까지 '나비 효과'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산 중구 부평동 시장에서 작은 통닭집을 운영하는 강동호(43) 씨는 최근 중구가 내년 구청 소속 기간제 공무원의 생활임금 시급을 8천855원으로 정했다는 뉴스를 보고 흔쾌히 직원 시급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시급 8천855원은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6천470원보다 2천385원(약 1.36배), 내년 최저임금 시급인 7천530원보다도 1천325원(약 1.17배) 많은 금액이다.
강 씨는 인건비를 아껴야 하는 자영업자임에도 매년 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결정하는 최저임금이 실제 물가인상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이 때문에 강 씨는 신입 직원 기준 올해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보다 1천가량 많은 시간당 7천500원을 지급해왔다.
그러던 차에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생활임금 조례 제정 소식을 듣고 최저임금을 뛰어넘자고 결심했다.
강 씨는 직원 3명에게 내년 중구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8천800원가량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중구의회에 전달했다.
강 씨는 "나 말고도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주는 업주들이 많아 부끄럽다"며 "다만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가이드라인일 뿐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사실 시급을 올리면 약간 부담은 되지만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이직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구 생활임금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시형(더불어민주당) 부의장은 "생활임금 조례 취지에 공감한 자영업자가 자발적으로 임금을 인상한 사례라서 뜻깊다"며 "공공기관에서 시작한 생활임금이 민간까지 확산하는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 더해 자녀 교육, 주거,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한 생활임금은 부산 중구·기장군을 비롯해 전국 80여 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소속 근로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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