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례적 비방 마케팅…'OLED 고사 작전' 나서나

입력 2017-10-16 06:01   수정 2017-10-16 17:44

삼성, 이례적 비방 마케팅…'OLED 고사 작전' 나서나

유튜브에 올레드 '잔상' 주장 동영상 올려…과거 아이폰 공격과 유사

LG "상도의 어긋난 행위" 발끈…양대 가전 신경전 격화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가 최근 유튜브에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기술적 결함'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게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사 제품을 홍보할 때 상대 제품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는 게 업계 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서까지 경쟁사 제품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비방 마케팅'에 나선 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표적이 된 LG전자는 직접적인 대응을 피하면서도 내심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어 국내 양대 가전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말 유튜브에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QLED vs OLED: The 12-Hour Image Retention Test)'라는 제목의 1분 43초 분량 동영상을 올렸다.

대형 강당에 무대를 세우고 QLED와 OLED 패널을 설치한 뒤 여러 명의 게이머들게 12시간 연속 비디오게임을 하게 한 후 화면을 비교하는 장면이 담겼다.

올레드 패널의 잔상을 부각시킨 뒤 '12시간의 테스트 이후 QLED에는 잔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동영상은 마무리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과거 갤럭시 S6엣지, 갤럭시 노트4에 대한 홍보 동영상과 광고에서 미국 애플의 아이폰의 약점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레드 고사(枯死) 작전'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세계 TV 시장에서 올레드 TV 진영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더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보고 차제에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삼성전자가 기록적인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TV 등 소비자가전(CE) 사업의 경우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전체 소비자가전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7천억원에 그치면서 같은기간 LG전자의 TV사업 영업이익(7천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세계 TV 시장에서 LG전자를 필두로 한 올레드 진영과 삼성전자가 이끄는 QLED 진영의 신경전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면서 "삼성전자의 이번 동영상은 '선제공격'을 통해 사실상 전면전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삼성전자의 '선공'에 일단 반격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유튜브 동영상에 대해 "실험 결과는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라며 "평가 기준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회사명과 제품명까지 명기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 행위"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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