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동결, 後비핵화하는 이란식 협상이 현실성 크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3일 "북한의 핵 개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파키스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본다"면서 "이는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 국립JMI대학교에서 '인도의 한국과의 관계 전환:동방정책'을 주제로 '전(全)인도 한국학 차세대 연구자 학회'(RASK)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모두 6차례 핵실험에 성공해 핵무기 개발 역량을 알린 뒤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격을 지원하며 제재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수차례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상황변화를 틈타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파키스탄 모델'이라 말한다.
윤 전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핵 개발에는 체제 존속 보장과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미국 개입 저지라는 방어적 의도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북-미 평화조약 체결, 한반도 미군 철수, 한미 동맹 파기를 이루고 이후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동원한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겠다는 공격적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 핵 개발을 '가장 급박한 안보 위협'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윤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추후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설명하며 "북한이나 한국, 미국 등 어느 한쪽의 의도적 공격으로 인한 전면전은 벌어지기 어렵다"면서도 "상대에 대한 오해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된 우발적 전쟁 발발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또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는 우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추후 비핵화를 하는 이란식의 협상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윤 전 장관은 "북한의 정책결정자가 좀 더 현실적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를 바란다"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핵을 용납할 수 없는 만큼 동결 모델이 거론되면 북한도 협조적으로 진지한 대화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세미나에는 M. 트리베디 델리대 교수가 '해상 평화 맥락에서 본 한국과 인도', 산주크타 마하라나 오디샤여대 교수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시대의 인도-한국 관계'를 발표하는 등 인도 전역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40여 명의 학자가 안보,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발표한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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