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1세기 아시아 최대 난민사태를 유발하면서 '인종청소' 논란에 휩싸인 미얀마군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 공세에 자체 조사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감찰참모인 아예 윈 중장 주도의 조사팀이 로힝야 반군 소탕전 과정의 규정 위반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얀마군은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이 행동수칙을 지켰는지, 작전 명령을 엄격하게 준수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며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담아 공식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군은 로힝야족 반군 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핍박받는 동족 보호를 명분으로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해 10월과 지난 8월 라카인주 북부 마웅토 등지에서 경찰초소를 습격하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 8월 이후 53만 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60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반군 소탕을 빌미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을 일삼았다고 증언했고, 유엔은 이런 주장을 토대로 미얀마군의 행위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또 유럽연합(EU)이 미얀마군과의 관계를 끊기로 하는 등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제재 움직임도 시작됐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와 군은 이런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짓 정보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최근 자국 주재 미국 및 일본 대사와 면담하면서 로힝야족을 식민주의자들이 데려온 이민족이며 난민사태를 언론이 과장해 보도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그는 로힝야족 민간인들도 ARSA가 주도한 경찰초소 습격에 가담한 뒤 스스로 위협을 느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얀마 정부는 유엔이 구성한 국제조사단의 활동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군 당국의 자체 조사가 진실 규명보다는 스스로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방관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온 아웅산 수치가 군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수치 측 고문 가운데 한 명이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치가 로힝야 난민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수치의 고문은 "그녀는 최근 상황에 매우 놀랐고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치의 요청으로 라카인주 사태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했던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난민의 안전한 송환을 촉구했다.
그는 "안보리의 로힝야 사태 관련 결의가 자존감과 안전이 보장된 난민의 귀환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를 바란다"며 "그들은 난민촌이 아닌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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