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사회주의 국가 북한에서 자본주의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사행성 산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조선중앙TV는 13일 "미림승마구락부에서 가을철 승마애호가경기를 위한 준비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며 "이번 경기에서 높은 성적을 쟁취한 선수들에게 수여할 시상품들도 준비하고 승마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열의를 높이기 위해서 경마추첨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앙TV는 기수들이 말에 탄 채 달리고, 관람자들이 마권을 들고 있는 영상도 보여줬다.
최근 북한 선전 매체 '내나라'도 오는 15일 평양 미림승마구락부에서 열리는 가을철승마애호가경기에 대해 "12살 이상의 희망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가하는 경기에서는 말 조종 기술경기, 애호가 경마, 승마 유희경기, 전자 가상 경마를 진행한다"며 "기마수 경마와 함께 경마추첨도 한다"고 소개했다.
경마는 기수가 말을 타고 달리거나 마차를 끌면서 승부를 겨루는 경기다. 관람자는 마권을 사서 출전 마필 가운데 우승 예상마를 선정해 경주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다. 이에 따라 경마는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경마추첨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경마와 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라며 "그간 자본주의 스포츠라면서 금지했던 경마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초기 단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조선의오늘'은 지난 12일 "공화국에서 공화국선수권대회 남자축구 1급 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계기로 흥미 있는 축구경기 승부 알아맞히기 추첨이 진행된다"며 "추첨은 10월 12일부터 26일까지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축구경기 가운데서 13개 대전팀을 선택하여 각 대전팀의 승부를 알아맞히는 방법으로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이는 운동 경기 결과를 적중시킨 사람에게 환급금을 교부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과 유사한 것이다.
전 교수는 "북한이 스포츠에 사행심을 자극하는 요소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스포츠를 중심으로 사행성 산업을 도입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국가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마와 스포츠 토토 등으로 주민들의 사행심을 자극함으로써 장롱 속 달러를 끌어내고 국가의 수입을 늘리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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