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 출신 최고위 전문경영자·'총수 공백' 중 사퇴 등 유사
'연봉 킹' 기록에 "후배에게 기회" 용퇴 메시지도 거의 비슷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그룹 '총수 대행' 역할을 해온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10년 전 퇴진한 윤종용 전 부회장이 새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두 사람의 출신과 경력, 사퇴 시점의 주변 상황, 퇴진 메시지 등이 절묘하게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용퇴 결단을 내리면서 '선배'인 윤 전 부회장의 전례를 참고삼은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이를 토대로 향후 인사나 조직 개편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윤 전 부회장과 권 부회장은 각각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전기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으로, 오랜 엔지니어 경력을 발판 삼아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사실상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점이 같다.
윤 전 부회장은 국내 최초로 VCR 개발에 성공했고, 권 부회장은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개발을 주도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IT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공통점이다.
지난 2008년 윤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내놨을 때 삼성전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그룹이 '총수 공백' 사태에 빠진 상태였다.
권 부회장도 이 회장의 오랜 와병에 이재용 부회장마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후 '총수 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사퇴 선언을 했다.
퇴진 당시 나이도 윤 전 부회장과 권 부회장이 각각 64세, 65세로 거의 비슷하고, 직책도 '대표이사 부회장'이며, 여러 대표이사 가운데 최고 연장자였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윤 전 부회장이 물러났을 당시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에서 반도체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권 부회장은 사퇴 메시지도 10년 전 '선배'와 거의 비슷하게 내놨다.
삼성전자는 2008년 5월 사장단 인사 발표를 하면서 "윤종용 부회장은 그동안에도 언제가 물러날 적기인가를 생각해왔다고 말해왔다"면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자신부터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의 용단"이라고 설명했었다.
권 부회장은 지난 13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면서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 할 때"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당대 최고 소득의 월급쟁이로, 이른바 '연봉 킹'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같은 기록을 갖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67억원의 연봉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급여와 상여금, 일회성 특별상여 등을 합쳐 139억8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윤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료 산출을 위해 집계한 표준 보수를 기준으로 21억1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이건희 회장(10억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7억7천만원) 등 재벌 총수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
삼성전자는 윤 전 부회장이 물러난 이듬해인 2009년 1월 조직개편을 통해 4개 사업(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반도체·LCD) 총괄 체제에서 2개 부문(DMC부문·DS부문) 체제로 변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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