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안 가리던 2011년 PO서 뼈아픈 병살타
차분해진 손아섭 "집착보다는 순리대로…최선을 다할 뿐"
(창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손아섭(29·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욕심'은 프로에서도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다.
신장 174㎝로 체구가 크지 않은 손아섭이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었다.
덕분에 그는 '롯데 입단, 1군 데뷔, 3번 타자, 골든글러브, 국가 대표' 등 자신이 목표로 세운 것들을 하나씩 달성하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했다.
사실 손아섭은 20대 초반 자신의 욕심을 그라운드에서 애써 숨기려 하지 않았다.
지금도 공격적인 성향의 타자지만, 예전에는 더욱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때로는 그 욕심이 독이 되기도 했다. 손아섭은 2011년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 9회 말 1사 만루 끝내기 찬스에서 정우람의 높은 공을 때렸다가 병살타로 물러났다.
롯데는 그날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했고, 손아섭은 '탐욕 스윙'이라는 달갑잖은 별명을 얻었다.
손아섭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라운드에서 점점 차분해졌다.
말수도 줄었고, 경기 중 감정을 잘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랬던 손아섭이라 11일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의 '홈런 세리머니'는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손아섭은 4-12로 뒤진 8회 초 임정호를 상대로 2점 홈런을 때렸다.
이미 크게 뒤지고 있는 터라 승부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손아섭은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에게 보란 듯이 짧고 격한 세리머니를 했다.
이 모습에 조원우 감독부터 주장 이대호, 동료 선수들까지 모두 놀랐다.
손아섭은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팬들이 홈런에 너무 기뻐하셔서 나도 모르게 나왔다"며 쑥스러워했지만, 결과적으로 '잠든 거인'을 깨운 장면이었다.
1승 2패로 몰렸던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홈런 4방을 앞세워 NC에 7-1로 승리, 시리즈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갔다.
손아섭은 혼자 홈런 2방을 때렸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어서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했다"는 손아섭은 4회 초 선제 솔로포를 때렸고, 2-1로 앞선 5회 초에는 승리에 결정적인 3점 홈런을 날렸다.
1점 홈런 때는 묵묵히 베이스를 돈 손아섭은 스리런 대포를 터트린 뒤에야 3차전과 똑같은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리고 손아섭의 홈런에 이대호, 전준우도 각각 6회와 7회 이번 시리즈 첫 홈런을 터트리며 화답했다.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불타올랐던 손아섭은 경기가 끝난 뒤 "이기고 지는 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평정심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우리 팀을 도울 거다. 이기고자 집착하기보다는 순리대로 하겠다"며 다시 차분해졌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을 철저하게 지키는 손아섭은 이제 '롯데 타선의 심장'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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