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열렸는데 연변작가협회 올해는 깜깜무소식
개선책 마련 요구속 "20년 전통 끊길라" 우려 목소리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20년 동안 이어온 연변(延邊) 지용제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연변 지용제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鄭芝溶·1902∼1950)의 문학 얼을 기리기 위해 중국 지린성 연변지역 동포 문학인들이 개최하는 순수 문학행사다.
15일 정 시인의 고향인 충북 옥천문화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이 행사를 주관하는 연변작가협회 측이 올해 행사 개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21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1997년 옥천에서 열린 '지용제'에 연변작가협회 회원들이 참석한 것이 인연이 돼 시작됐다. 중국 동포에게 문학적 향수를 일깨운다는 취지였는데, 그해 9월 첫 행사가 마련되고 '연변 정지용 문학상'도 제정됐다.
매년 가을 열리는 연변 지용제에 옥천문화원은 2천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30∼40명 규모의 문화예술인과 군민사절단을 파견해왔다.
몇 해 전부터는 동포 청소년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개최하면서 연변 최대 문학행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사드 갈등이 불거지면서 연변작가협회는 올해 지용제 계획을 정하지 않고 있다.
김승룡 옥천문화원장은 "협회 측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동포들의 문학활동이 활발한 헤이룽장성 무단장(牡丹江·목단강)으로 옮겨 개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행사가 불발되면 앞으로 연변 지용제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행사비 지원을 심의하는 옥천군의회가 이 행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군의회는 연변지역이 정 시인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데다, 지원금에 비해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부터 개선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격년제로 전환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몸이 단 옥천문화원은 연변대 등으로 파트너를 바꿔 지용제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연변작가협회 등이 아직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늦더라도 행사가 열릴 가능성은 있다"며 "양국 정부의 사드 갈등으로 빚어진 문제인 만큼 확대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가 불발될 경우 옥천문화원은 올해 예산 전액을 반납해야 한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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