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국방 등 대다수 각료 반대에도 트럼프 설득
판정기구 IAEA에도 압력…"틸러슨 제치고 국무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를 무력화하는 절차를 개시하도록 길을 닦은 인물은 니키 헤일리(45) 유엔주재 미국대사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명확하게 이란 핵 파기를 촉구한 적은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공개 요청한 유일한 고위 관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같은 통보를 받는 의회는 합의에 대가로 해제된 대이란 제재를 복원할지 여부를 향후 60일 이내에 심의하게 됐다.
애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제외한 대다수 참모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핵합의를 거부하는 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초기 내부 논의에서는 관료 대다수가 국익에 불리하다며 이란 핵합의 불인증에 반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긍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의 촉구에 마지못해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힌 적도 있었다.
한 백악관 보좌관은 이 같은 상황에서 헤일리 대사는 합의 불인증 찬성에 "가장 열심히 목소리를 내는" 관료였다고 전했다.
이 논의 과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지난 7월 말 외교·안보 당국자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핵합의 불인증을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의했다.
이로부터 한 달 후 헤일리 대사는 오스트리아 빈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를 방문해 IAEA 관계자까지 압박했다.
IAEA는 이란이 핵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자제하고 있는지 감시해 판정하는 기구다.
헤일리 대사는 이후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연설에서는 합의에 대한 그의 의문과 우려를 드러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불인증 선언에 영향을 준 인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합의를 지속 위반하고 탄도미사일을 확산하며 테러세력을 지원한다고 비난하면서 "언제라도"(at any time) 합의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언제든지 합의를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문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대화와 전화통화한 후 선언문에 들어갔다고 소식통 2명은 전했다.
미국의 완전한 합의 탈퇴를 지지하는 볼턴 전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의를 폐기할 권리가 있다며 이 문구를 추가하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반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란 핵합의에 타격을 주는 데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관료 중 한 명이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월 틸러슨 장관은 헤일리 대사가 IAEA 관계자들을 만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헤일리 대사의 IAEA 방문을 승인했다.
이란 합의를 둘러싼 시각차로 헤일리 대사와 틸러슨 장관의 불화가 고조했으며, 헤일리 대사는 틸러슨 장관을 앞지를 기회를 얻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최근 헤일리 대사는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틸러슨 장관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 라고 비난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대통령과 긴장 상태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헤일리 대사는 이란 핵합의 불인증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내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로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입지를 강화했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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