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정부가 주도한 인턴십 프로그램 등에 뿔이 난 이탈리아 중·고교생들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펼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13일 수도 로마를 비롯해 밀라노, 나폴리, 살레르노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 70여 곳의 거리로 총 20만 명(주최측 추산)에 달하는 학생들이 속속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마테오 렌치 전 총리 시절 채택된 인턴십을 포함한 청년 취업 알선 정책부터 대학 입학 시험, 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국립 학교 문제, 열악한 교육 시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교육 환경에 불만을 표출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소셜 미디어로 시위를 조직해 거리를 점령한 학생들은 "우리는 학생이지 사업체의 손아귀에 놓인 상품이 아니다", "공짜 노동을 통한 착취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북부 밀라노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상공회의소 건물, 맥도날드 매장과 패션업체 자라 매장 등에 계란과 토마토 등을 던지는 등의 과격 행위로 경찰과 충돌했다. 또, 집권 민주당의 당사에는 페인트와 연막탄이 투척되기도 했다. 남부 시칠리아 섬의 팔레르모에서도 맥도날드 매장 밖에서 격렬히 시위하던 학생들이 경찰에 일시적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특히 정부 주도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 특히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학생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은 착취 당하고 있고, 미래엔 완전히 불안정한 고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쥐꼬리만한 급료에 햄버거를 나르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신발을 파는 따위의 허드렛일을 떠맡는 현재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향후 경력에 실질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한 채 굴욕감만을 주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취업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맥도날드, 자라 등의 거대 기업들과 손잡고 고교 과정 마지막 3년 동안 학생들이 이들 업체에서 견습생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한편, 학생들의 반발에 놀란 발레리아 페델리 교육부 장관은 "취업 알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조만간 모든 당사자들과 만나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