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도입] "건설사 추가자금 연 40조원 필요, 분양가 3∼7% 올라"

입력 2017-10-15 09:21   수정 2017-10-15 20:42

[후분양제 도입] "건설사 추가자금 연 40조원 필요, 분양가 3∼7% 올라"

주택도시보증공사 연구용역 보고서…"후분양 도입시 다양한 지원 방안 필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공공아파트에 대한 후분양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민간 아파트에도 후분양제가 의무화될 경우 건설사가 선분양과 비교해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주택건설자금이 연평균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민간 주택의 분양가가 최대 7% 선까지 오르고, 연간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분석은 주택 기금대출과 보증 상품을 운영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최근 수행한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주택금융시스템 발전방안' 최종 연구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2월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분양 논의가 본격화되고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제도 도입 가능성과 영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했으며, 지난 8월 최종 보고서가 제출됐다.

1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이 보고서에서 국토교통부의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6천600가구를 건설할 경우 건축공정 80%에서 후분양을 하면 주택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연평균 35조4천억∼47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공정 80%에서 후분양을 할 경우 필요한 자금(분양가의 66% 적용)인 연평균 74조원에서 현행 선분양(건축공정 0∼20%)에서 필요한 비용 26조7천억∼38조6천억원을 제외해 산출한 것이다.

이때 주택의 분양가는 2014∼2016년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분양보증을 받은 가구당 평균 분양가 2억9천만원이 적용됐다.

보고서에는 이처럼 후분양으로 인해 건설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후분양이 의무화될 경우 건설사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기존 대기업 시공사에 의존해 자금을 조성했던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밖의 중소 건설사는 후분양 이후 시공사의 연대보증 등에 따른 자금조달이 곤란해질 것으로 봤다.

현재는 선분양을 통한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하지만 앞으로 금융기관에서의 건설자금을 대출하려면 건설업체의 신용도에 기초해 자금조달 가능 여부와 금리가 결정돼 신용도가 낮은 중소 주택업체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이 경우 민간 공급 물량중 76.3%를 맡아온 중소 건설사의 사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연평균 최소 8만6천∼13만5천가구의 주택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소비자의 분양대금을 대신해 금융기관에서 공사비를 조달하면 그 이자비용이 분양가에 전가돼 선분양 때보다 분양가가 3.0∼7.8%가량 인상될 것으로 추정했다.

분양가 2억9천만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후분양을 하면 선분양을 할 때보다 분양가가 870만원에서 최대 2천260만원이 오르는 것이다.

분양가 인상으로 소비자의 대출 이자도 증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를 가정할 경우 이자부담이 900만∼1천10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서 후분양을 할 경우 입주 시점에 가격 프리미엄이 크지 않고 분양권 전매가 어려워 투기적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택처럼 상품을 직접 보면서 선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2년여에 걸쳐 나눠 분담하던 분양대금을 단기간에 조달해야 하는 등 목돈마련의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의 신용이 낮을 경우 대출 이자도 높아지는 등 주택마련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완전 준공 후 분양이 아닌 이상 주택의 하자나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이미 공사가 마무리돼 발코니 확장 등 선택품목의 공사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보고서에는 후분양을 도입할 경우 건설사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동산 펀드, 리츠 등 자금조달원을 다변화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건설 보증상품과 대출 상품 등을 개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건설사가 공사 대금 차입에 의한 부채비율 상승과 이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등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회계상의 보완책을 마련할 것과 신용등급상 유예기간을 도입하는 등 사업자 위험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분양 물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미분양 리츠와 같은 자금지원 방안을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 협동조합 방식 등 새로운 방식의 후분양 자금조달 방식과 지원 보증상품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선분양과 후분양의 장단점이 명확하고 금융시스템 등 기반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당장 민간 건설사에까지 후분양을 의무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주택공급 선순환의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분양권 전매 등 투기적 거래와 최근 문제가 커지고 있는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분양 확대가 필요하다"며 "선분양과 후분양의 장단점을 분석해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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