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암매장지 37년만에 밝혀질까…옛 광주교도소 발굴 주목

입력 2017-10-15 11:43  

5·18 암매장지 37년만에 밝혀질까…옛 광주교도소 발굴 주목

5월 단체, 시민제보·계엄군 약도 토대로 발굴전 현장조사

옛 교도소는 3공수 주둔지…보안대 '28명 사망' 기록, 시신은 11구만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5·18 민주화운동은 집단발포 명령자, 행방불명자 소재, 헬기사격 경과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아 '미완의 항쟁'으로 불린다.


5월 단체는 1980년 당시 사라진 사람들 행방을 찾는 암매장 추정지 발굴을 계엄군 주둔지였던 옛 광주교도소 일원에서 착수할 예정이다.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 발굴이 행방불명자 묘역에 마련된 빈 무덤 주인을 찾고, 5·18 진실을 규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제보자·전문가 본격 발굴전 현장조사

15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를 확인하는 현장조사가 본격적인 발굴에 앞서 이달 16∼20일 이뤄진다.

현장조사에는 암매장 정보를 제공한 시민, 발굴을 맡을 고고학·법의학·치의학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암매장 제보자는 당시 목격했던 지형이나 시설물 위치 등이 지금 모습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고 발굴 범위를 좁힐 예정이다.

재단은 제보자가 기억하는 현장이 크게 달라졌을 경우 1980년 이후 변화상을 설명해줄 옛 교도소 관계자를 수소문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현장을 둘러보며 발굴 방법, 유해 발견 후 신원확인 절차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한다.

이 논의에는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교수, 윤창륙 조선대 임상치의학교수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현장조사는 제보자와 전문가 등 참가자들 개인일정을 취합해 이르면 16일 오후, 늦어도 20일까지는 시작할 계획이다.

제보자는 증언에만, 전문가는 조사에만 집중하도록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5·18재단은 현장조사가 끝나면 발굴 착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 입수 경위와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 암매장 진실 37년 만에 드러날까

재단과 5월 단체는 5·18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3공수여단 부대원이 작성한 약도와 시민제보 등을 토대로 옛 교도소 일원을 암매장지로 지목했다.

광주 북구에 자리한 옛 교도소는 5·18 당시 전남대에서 퇴각한 3공수여단이 주둔했던 장소다.



당시 보안대 자료에 따르면 옛 교도소에서 억류당한 시민 28명이 숨졌는데 항쟁 후 임시매장된 형태로 발굴된 시신은 11구에 불과하다.

5·18 행불자 암매장 추정지 발굴은 광주시가 관련 제보를 받기 시작한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세 차례에 나눠 추진됐으나 옛 교도소는 대상 지역에 속하지 않았다.

접수한 제보는 모두 64건으로 중복·부실 신고 지역을 제외한 9곳에서 발굴 작업을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옛 교도소 일원에서 유해가 나오고, 유전자정보 분석 과정에서 5·18 행불자로 밝혀지면 37년 만에 암매장지 발굴이 성공하게 된다.

김양래 5·18재단 상임이사는 "제보가 신뢰할만한 장소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 추가 발굴·행불자 재조사 남은 과제

5·18재단은 옛 교도소 발굴을 마치면 전남 화순 너릿재와 광주 2수원지 일원에서도 추가 발굴을 추진할 방침이다.

너릿재 주변은 민간이 17명이 숨진 주남마을 미니버스 사건 등 도심에서 퇴각한 계엄군 병력이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지역이다.



최근 재단에는 5·18 당시 너럿재 인근에서 군인들이 굴착기를 동원해 자루를 묻고 있었고, 사람 머리가 밖으로 나온 자루도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5·18 행방불명자 숫자를 재조사하는 일 또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448명(중복 포함)이 5·18 행방불명자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적으로 5·18 행방불명자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모두 82명이다.

82명 가운데 6명의 유해는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 무연고 묘지에 묻혀있다가 유전자 분석으로 신원이 밝혀졌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에는 가족이 국립묘지 안장을 희망한 67기의 빈 무덤이 마련돼 있는데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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