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를 앞두고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 시절 겪은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 생활을 권력강화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15일 중화망에 따르면 중국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는 14일 공동으로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 기간 하방됐던 옌안시 량자허(梁家河)촌의 문물을 '디지털 박물관'으로 엮어 개소했다.
이 온라인 박물관에서는 720도 파노라마 증강현실(AR) 방식으로 현재 량자허촌의 주수입원인 사과 과수원을 소개하는 것 외에 주로 시 주석의 하방생활과 관련된 문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시 주석이 당시 거주했던 토굴과 업무를 봤던 사무실, 그리고 시 주석이 주민들과 함께 팠던 우물도 볼 수 있다. 온라인 박물관에 전시된 분쇄기에는 "시 주석이 개인 물품인 삼륜 오토바이를 바꿔 사용했던 방앗간 설비"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 개인을 신격화하고 시 주석의 과거 처소를 성역화함으로써 권력강화의 근거로 삼으려는 선전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하방은 시 주석이 유일하게 일반 서민들과 가까이 지낸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 바이두의 주요 사이트는 '량자허 디지털 박물관'과 링크돼 있다.
시 주석은 1969년 16세도 안된 시기에 '지식청년'으로 황토고원인 량자허촌에 배속돼 고초를 겪은 뒤 몰래 베이징에 돌아왔다가 수개월만에 다시 량자허에 돌아가 7년 동안 하방생활을 겪었다.
지식청년이란 문혁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의 "농촌으로 가 배우라"는 지시에 따라 자발, 또는 강제적으로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에 참여해 도시에서 농촌 생산현장으로 하방됐던 젊은이를 말한다.
지난 3월에는 관영 중국중앙(CC)TV가 시 주석의 하방 생활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초심(初心)'을 방영한데 이어 중앙당교는 지난 8월 '시진핑의 7년 지식청년 세월'이라는 제목의 실록을 출간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시 주석의 경험과 성장 스토리를 통해 시 주석이 개인적 고난을 이겨낸 강한 지도자이고 일반 중국인과 뜻을 같이 하는 서민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그리려 한다는 관측이다. 이는 또한 시 주석의 1인 권력집중을 정당화하는 소재로도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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