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문학' 폐간 2년만에…"장애인문학은 인간 존재론에 대한 고백"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문예지 '솟대평론'이 창간됐다. 재정난에 재작년 겨울 100호를 끝으로 폐간한 '솟대문학'의 전통을 잇는 장애인문학 전문지다.
최근 출간된 솟대평론 창간호에는 문학평론가 김종회·허혜정·이형권·고봉준 등이 장애인문학의 의미와 방향을 진단하는 평론을 실었다. 평론가 오형엽·김진희·이재복·김용희 등은 개별 작품론을 냈다.
구상솟대문학상 올해 수상자인 김대원 시인의 수상작과 신작·심사평도 실렸다. 구상솟대문학상은 장애인 문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인 구상(1919∼2004)이 기탁한 발전기금으로 1991년 제정된 상이다. 상을 운영해온 솟대문학 폐간의 여파로 지난해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가 올해 부활했다.
계간 솟대문학은 1991년 창간 이후 100호까지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나오면서 신진·중견 장애 문인의 글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상시적 재정난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여파로 우수 문예지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며 문을 닫았다.
솟대평론은 25년간 솟대문학을 만들어온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장이 다시 발행인을 맡았다. 그는 솟대문학 폐간 이후 "살생을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솟대문학 재창간 대신 평론 중심의 새 문예지를 만든 건 장애인문학이 한국문학에서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방 회장은 창간사에서 "단순한 장애문인의 글터를 넘어 이제부터 제대로 장애인문학을 평가해서 장애인문학의 가치를 드높여야 솟대문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론지를 구상한 건 10여 년 전부터다. 솟대문학이 장애인 문예지로 자리를 잡았지만 평단에서는 좀처럼 적극적 평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솟대문학에 평론 코너를 만들었다가 기고할 평론가를 찾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방 회장은 "솟대문학을 발간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문단에서, 평론 장르에서 우리와 함께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리두기'였다"며 "솟대평론은 장애인문학이 하류문학이 아니라 독특한 경험문학으로 인간 존재론에 대한 고백이라는 사실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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