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119 구급대원…"내년엔 친구 많이 데리고 올래요"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왜 달리는지 몰랐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간 2015년이 되니 알게 되더군요. 제가 달리면 달릴수록 아프리카에 사는 제 친구들이 배고픔을 면하고 아픈 것도 나을 수 있다고 하니 뿌듯해요."
세이브더칠드런과 연합뉴스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개최한 국제어린이마라톤에서 어머니 김경희(39) 씨와 함께 참가한 조희윤(9·인천 해원초 3) 군은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태도로 참가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 군은 동생 조아현(7·인천 해원초 1) 양과 함께 2011년부터 국제어린이마라톤에 7년째 빠지지 않고 개근한 단골 참가자다.
2010년 12월생인 아현 양도 돌이 채 되기도 전에 어머니가 밀어주는 유모차를 타고 마라톤 단축 코스를 돌아 완주 메달을 7개나 목에 건 '베테랑'(?)이다.
이들 남매는 지난해에는 다른 개근 참가자들과 함께 개막식 무대에 올라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 '2016년 국제 어린이마라톤' 지금 시작합니다"라고 개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아현 양은 "인천 집에서 오느라 일요일인데도 아침 8시에 일어났다"고 투덜대면서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모여 달리는 게 재미있다"고 즐거워했다.
어머니 김경희 씨는 김포소방서의 구급대원. 아버지 조재홍(43) 씨도 부천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 씨는 "2007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의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해오다가 자연스럽게 국제어린이마라톤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첫해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아프리카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해 후원자들이 손수 털실로 뜬 모자를 기부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국제어린이마라톤이 열릴 때가 되면 먼저 얘기를 해요. 올해도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해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하나씩 마라톤에 참가하는 취지를 알아가고 체험 코너에서 지구촌의 과제들을 배우는 것이 대견스럽고 든든해요. 앞으로도 계속 참여해야죠."
남매에게 마라톤 코스에 마련된 체험 존이나 집결지의 이벤트 코너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흥미로웠는지 묻자 식수의 중요성을 알리는 '물을 전해요' 코너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물을 흘리지 않고 옮기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아프리카 친구들에게는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장래 희망이 야구 선수라는 희윤 군은 "국제어린이마라톤이 얼마나 유익하고 재미있는 행사인지 주변에도 널리 알려 내년에는 친구를 많이 데리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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