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영화 '미씽' 상영관 방문…文대통령, 영화 감상평 밝혀
영화 전공 학생과 오찬…"자유롭게 주문하자"며 '굴짬뽕' 주문
VR기기 쓰고 가상현실 영화 감상…영화제 관계자와 간담회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나흘 째인 15일 오전 이언희 감독의 작품 '미씽 : 사라진 여자' 상영이 예정된 부산의 한 극장 주변은 유난히 경계가 삼엄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극장에 입장한 관객들은 잠시 후 그 이유를 알고 환호성을 질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에 입장한 것이다.
대통령의 '깜짝 방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으며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문 대통령의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일부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감색 와이셔츠 위에 회색 재킷을 걸친 문 대통령은 시민들의 환대에 손을 들어 답했고,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았다.
시민들은 문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했다.
문 대통령이 상영관에 입장한 지 3분가량 지나자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엄지원·공효진 씨가 뒤늦게 도착해 영화관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문 대통령은 영화관 가장 중앙의 좌석에 착석했고, 좌우에는 영화 전공 학생 2명이 자리했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줄에 앉았다.
문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는 남편과 이혼 후 딸 다은과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워킹맘 지선이 조선족 보모 한매가 다은을 데리고 사라지자, 한매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그려냈다.
문 대통령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무대 위로 올라 이언희 감독, 배우 엄지원·공효진 씨와 악수하고 영화를 감상한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선과 한매는 고용인이자 피고용인이기도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이기도 한 관계인데 동시에 두 여성이 똑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사라진 여자라는 제목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이중적인 뜻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웃으며 "지난해 개봉해서 꽤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보셨는데,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여성문제에 좀 더 관심을 두는 분위기였다면 더 많은 분이 영화를 보셨을 것이고 흥행에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이언희 감독을 비롯한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후 문 대통령은 한 중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영화 전공학생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에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이언희·오석근·김의석·이현석 감독, 배우 엄지원·공효진 씨, 부산지역 영화학과 학생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부산영화제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쭉 공식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함께 해왔다"며 "영화제가 정치적으로 돼버린 것에 대한 불만이 있어 참여하지 않는 분이 있는데 함께 영화제를 살려내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식당종업원이 "식사 주문받겠습니다"라고 해 참석자 전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도 장관이 자장면을 주문하고, 배우 공효진씨가 "모두 자장면으로 주시면…"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아니요, 자유롭게 시키죠"라며 '굴짬뽕'을 주문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이 "예비영화 전문가 양성 차원에서 영화 전공 학생에 대한 지원을 활성화해 달라"고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부산은 경성대, 동서대, 동의대, 영산대 등 4개 대학에서 영화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관련 영화제작기관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학생은 "영화 관련 학과가 존폐 위기에 있다"며 "대학에서 영화학과가 존속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홍수 교육문화비서관은 "새 정부는 대학에 지원하되 어느 분야를 지원할 것인가는 대학이 자율로 결정해서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며 "영화 관련 학과의 축소 내지 폐지는 대학의 자율 사안인만큼 정부 직접 결정에 관여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영화전공 학생들과 오찬간담회를 마친 문 대통령은 부산 해운대의 '영화의 전당'으로 이동, 국산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애니메이션 '보화각'을 감상했다.
문 대통령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VR기기를 착용한 채 약 5분 가량 애니메이션을 관람했다. 감상 도중 VR기기를 쓴 채로 고개를 돌리는 등 가상현실 영화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도 문 대통령은 시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온 시민들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아기를 안은 여성, 외국인 관람객과 악수하고 커피를 권한 1층 카페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들과의 간담회가 예정된 영화의 전당 내 '아주담담' 라운지로 이동했다.
아주담담 라운지에는 문 대통령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소개하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어 시민들에게 인사했으며 곧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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