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이유로 4차전 등판 거부…5차전서 팀의 PO행 이끌어
준PO 2경기서 13⅓이닝 1실점…평균자책점 0.68
(부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5차전에 선발 등판해 무실점 역투로 팀의 플레이오프행을 이끈 에릭 해커(34)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해커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뒤 출입기자단 투표 결과 전체 62표 중 45표를 얻어 팀 동료 모창민(10표), 나성범(4표), 권희동(2표), 김태군(1표)을 제치고 MVP로 뽑혔다.
그는 상금 200만원과 트로피를 받았다.
해커는 롯데 자이언츠와 전적 2승 2패로 나선 이 날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져 탈삼진 8개를 곁들여 4피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에이스' 해커의 호투에 힘입은 NC는 9-0으로 승리, 17일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해커는 지난 8일 열린 1차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로 역시 팀의 9-2 승리를 이끈 바 있다.
2경기에서 13⅓이닝 동안 탈삼진 14개를 곁들여 1점만 내준 해커는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평균자책점 0.68을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해커는 "롯데가 정규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다"라며 "오늘도 우리가 힘든 경기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행히 이겨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난 오늘 전혀 부담이 없었다"며 "열광적인 많은 홈팬 앞에서 경기하는 롯데가 긴장했을 것"이라고 했다.
해커의 5차전 등판까지 NC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4차전은 우천 취소되면서 13일에 열렸다.
김경문 NC 감독은 휴식이 하루 늘어나 나흘 쉰 해커에게 4차전 선발 등판 의사를 타진했지만, 해커는 자신의 '루틴'을 이유로 사실상 거부했다.
김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해커 얘기는 하지 맙시다. 감독 입장에서는 '언제든 콜만 해달라'고 하면 좋겠는데…"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NC가 4차전에서 승리하면 전적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NC는 4차전에서 1-7로 패해 결국 5차전까지 치르게 됐다.
4차전 패배가 선발 등판한 최금강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에이스인 해커가 등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해커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매우 큰 고민이었다"며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그래서 로테이션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차전이 아닌) 5차전에서 던지는 게 나와 팀 모두에게 좋을 것 같았다"며 "내 생각을 믿고 따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에이스는 역시 에이스였다.
그는 5차전에서 자신의 요청대로 루틴을 지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최고의 결과를 팀에 선물했다.
2013년부터 5년째 NC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해커는 이제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잠시 전략적인 '휴식 모드'에 들어갔다가 다시 팔을 걷어붙일 예정이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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