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일부 아이폰 수입금지소송 이어 애플과 '확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퀄컴이 애플과의 소송전을 중국으로 확대했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달 29일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애플을 중국의 베이징 지적재산권 재판소에 제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퀄컴 대변인은 애플이 자사의 특허 3건을 침해했으며 이에 따라 아이폰의 중국 현지 시판과 생산을 막아달라는 금지명령 규제를 청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의 전력 관리와 터치스크린 기술과 관련된 3개의 특허가 소송의 쟁점이며 이들 특허는 "애플이 기기의 성능 개선과 수익 확대를 위해 사용하는 많은 퀄컴 기술의 일부 사례"라고 주장했다.
애플 측은 이에 대해 퀄컴의 제소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응수했다. 애플 대변인은 "지난 수년간 퀄컴과 협상하는 동안 이들 특허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하고 이번 소송도 퀄컴의 다른 법률적 수단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퀄컴의 제소는 올해 초부터 불붙기 시작한 애플과의 법적 다툼을 더욱 키운 것으로, 애플을 겨냥해 회심의 일격을 가한 셈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이자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인데다 아이폰이 애플의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도 애플로서는 유리하지 않다. 토종 업체들의 도전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작인 아이폰8과 아이폰X의 출시를 통해 주도권 탈환을 한창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에서 아이폰의 시판이나 생산이 금지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이 퀄컴의 속셈이라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중국 법원이 미국 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같은 조치를 취한 전례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폭스콘을 포함한 애플 하청업체의 대량 해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 인터넷연구소의 리이 선임 연구원은 글로벌 타임스에 퀄컴과 애플은 경쟁자이면서도 밀접한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지적하면서 퀄컴이 협상 압박 수단으로 소송을 동원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IT 애널리스트인 류 딩딩은 IT업계에서 소송은 흔한 일이며 퀄컴의 제소가 애플에는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통한 해결로 끝날 공산이 크고 그렇지 않으면 지루한 소송전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마이크 워클리 애널리스트도 퀄컴의 협상 압박 수단이라고 말하면서 애플의 아이폰 생산은 단 하루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애플이 어떤 이유로든 부정적 판결을 받는다면 단기적으로 퀄컴에 특허료를 다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애플은 이를 이유로 그들의 사업 모델에 리스크를 안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퀄컴과 애플의 관계는 연초 애플이 퀄컴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주장하며 반독점 소송을 내는 한편 특허료 지불도 중단하면서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퀄컴은 특허소송을 냈고 미국 당국에 일부 아이폰의 수입을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워클리 애널리스트는 퀄컴이 중국에서 특허소송을 낸 것은 두 회사가 얼마나 멀리 갈라서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딩딩 애널리스트는 지난 수년간 세계 여러 곳에서 반독점 조사를 받았던 퀄컴이 지난해부터 애플에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관계 두 회사의 관계가 더욱 틀어진 또다른 배경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반독점 소송을 내면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반독점 당국이 애플의 허위 진술을 근거로 거액의 과징금을 매기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 퀄컴 측의 불만이라는 것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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