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1981년 열린 정부 주도 공모전…'국전 통해 본 韓 현대미술' 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68년 10월 17일 서울 제2 한강교 아래 모인 젊은이들이 문화고발장이라는 것을 쓴 다음에 이를 불태웠다.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이 퍼포먼스 '한강변의 타살'을 통해 겨눈 것은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으로 대표되는 기성 화단의 권력이었다.
국전은 정부가 1949~1981년 주최한 국내 최고 권위의 미술 공모전이다.
입상 경력만으로도 입신양명이 보장됐기에 매년 4만 명이 넘는 미술인이 지원했다. 국전은 당대 미술의 주요 이슈와 담론을 만들어내는 장이기도 했다.
국전이 미술계에 드리운 그늘도 짙었다. 아카데미즘 미술의 온상이라고 비판하거나 정실 심사, 부패 등을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1982년 미술대전에 자리를 넘겨준 뒤 퇴장한 국전의 역사를 짚어보면서 예술적 성취를 재조명하는 행사가 열린다.
서울현대미술연구소는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국전을 통해 본 한국의 현대미술' 전을 연다. 국전은 회화, 조각, 건축, 공예, 사진, 서예 등 시각예술 전체를 망라했으나 이번 전시는 회화만 다뤘다.
기획을 맡은 오상길 책임 큐레이터는 16일 "이번 전시는 광복 후 서구미술이 유입되면서 문화혼성기라는 시대적 고민을 안고 대안을 모색했던 작가들의 성취를 다루고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부 '문인화에서 회화로'는 한국화가 진경산수를 거쳐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옥산 김옥진에 이르기까지를 소개한다.
2부 '전통회화와 서구미술의 문화혼성'은 1960년대 서구 추상미술 영향 속에서 현대화의 길을 모색했던 전통회화 작가들의 도전을 이야기한다.
3부 '제3의 실경산수'는 서구 추상미술에 경도되는 현실을 경계하면서 삶의 현장으로 눈을 돌렸던 일군의 작가들을 이야기한다.
뚜렷한 개성을 보여준 작품들도 4부 '재현의 다양한 변주' 5부 '이야기와 회화' 6부 '문화적 후위로서의 추상'의 세 갈래로 나눠 소개된다.
서울현대미술연구소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와 함께 다음 달 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국전으로 읽는 한국 현대미술'을 주제로 학술행사도 연다.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는 11월 2일까지. 문의 ☎ 02-547-6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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