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개를 이용해 암(癌)에 걸린 사람을 찾는 이색 실험이 진행돼 주목받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야마가타(山形)현의 인구 6천명 작은 마을인 가네야마마치(金山町)는 지난 봄부터 '암 탐지견'에 의한 검진을 실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암 탐지에 동원되는 개는 특히 민감한 후각을 가진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種)이다. 이 마을은 올해 1천100만엔(약 1억1천9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일본의과대 지바호쿠소(千葉北總)병원과 함께 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검진을 희망하는 주민으로부터 채취한 소변 검체를 이 병원에 보내면 병원측은 이를 암 탐지견을 육성하는 민간기업 세인트 슈거 재팬(St.Sugar Japan)에 다시 보내 이곳의 개들에게 냄새를 맡게 하는 방식이다.
개가 암 환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암 환자의 소변에서 건강한 사람의 것과 다른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개에게 적절한 훈련을 시키면 마치 마약 탐지견이 마약을 찾듯 암 환자의 소변을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과대가 암 환자의 소변 검체 1개를 건강한 사람의 소변 검체 4개와 섞어 놓고 훈련받은 개에게 냄새를 맡게 한 결과 99.7%의 정확도로 암 환자의 소변이 발견됐다.
일본의과대는 암 탐지견에 의한 암 검진에 대해 "혈액검사 등에 비해 수진자의 부담이 적어서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개를 활용한 암 검진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도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개를 활용해 유방암, 대장암 등 암의 부위를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일본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특정 지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탐지견을 통한 암 검진이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네야마마치가 암 탐지견의 첫 활약 무대가 된 것은 이 마을 사람들의 암 사망률이 유독 높기 때문이다. 여성의 암 사망률은 특히 전국 1위일 정도로 높다. 적설량이 많아 마을 사람들이 염분이 높은 보존식을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9월까지 이 마을 주민 중 600명이 탐지견을 활용한 암 검진에 참여했고 10명 이내에서 암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가네야마마치는 탐지견을 통해 연간 1천명이 암 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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