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늙은 호랑이들은 위험하다. 자유롭고 무서울 것이 없어서다."
독일 대중지 빌트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충직한 각료였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비판적으로 돼 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쇼이블레는 올해 75세로 연방의원직을 가장 오랜 기간 유지한 최고 원로이며 19대 의회에선 의장직을 맡는 것으로 정리된 집권 기독민주당의 핵심 중 핵심 인물이다.
그런 쇼이블레임에도 메르켈이 과거 자신의 연방대통령 도전을 막고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걸 깎아내렸을 때조차 항상 충성했다고 빌트는 썼다.
그러곤 심지어 메르켈의 난민 정책이 통제력을 잃고 실각까지 가져올 수 있었던 2015년에도 쇼이블레는 비판을 자제했다고 평했다.
빌트는 그러나, 차기 정부에서 더는 내각 일원이 아니라 의회 의장이 될 것이 확실해지자 메르켈 노선에 반대하는 등 막후에서 쇼이블레가 매우 분주히 움직인다고 전했다.
이는 연정 협상이 진행되는 집권 4기의 메르켈 정권이 과거보다 허약할 거라는 우려를 방증하는 한 자락이다.
빌트는 15일 있었던 니더작센 주의회 선거 패배가 기민당 미래 진로에 관한 논쟁에 불을 다시 붙였고 여전히 당 지도부의 일원인 쇼이블레가 이를 반긴다고 예시했다.
쇼이블레는 차기 의회의 핵심 프로젝트에 선거 운동의 초점이 맞춰졌어야 했으나 실패했다며 당 내부에서 비전을 두고 토의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짚었다고 빌트는 전했다.
이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한때 난민 위기를 눈사태에 비유한 그는 난민 정책을 여전히 메르켈의 최대 실수로 보며 지난달 연방의회 선거직후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와 이르게 협상에 들어간 것 역시 잘못이라고 판단한다.
쇼이블레는 일요신문 빌트암존탁 인터뷰에서 제호퍼의 연간 20만 난민 제한 정책 제안을 두고 "불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지지를 크게 잃은 메르켈은 제호퍼와 서둘러 협상하면서 그동안 걷어찼던 이 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 쇼이블레는 이 역시 메르켈의 약점이 돼 버렸다고 간주했다.
쇼이블레는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자유민주당, 녹색당을 소수당 파트너 삼는 연정 협상을 진행하면서 각료 배분에서 재무장관직을 포기한 것도 잘못됐다고 본다. 독일 재무장관은 유럽경제의 큰 손 중 큰 손이다.
빌트는 "쇼이블레는 누구도 하기 힘든 말을 자신은 할 수 있고 그래서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촌평했다.
독일 통일총리로 불리는 헬무트 콜을 두고 볼 때 메르켈은 그의 '소녀', 쇼이블레는 '황태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 기민당 정치 비자금 추문이 터지자 쇼이블레는 당수직을 메르켈에게 넘겼고 메르켈은 비자금 의혹 중심인물이던 콜을 정면 비판하면서 민심을 얻어 총리직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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