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0주년 앞두고 미국 정부 대상 첫 서명운동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내년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앞두고 희생자 유족단체와 관련 시민단체들이 미국에 역사적 책임을 물으면서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와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기념사업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4·3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10월 17일은 1948년 미군정 당시 제주 경비를 맡은 제9연대장 송요찬 소령이 '해안선으로부터 5㎞ 이내 중산간 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폭도로 간주해 총살하겠다'는 포고령을 발표한 날이다. 이 포고령은 소개령(疎開令)으로 이어졌고 이후 제주는 초토화작전의 참상을 겪었다.
범국민위원회 허상수 국제사업특별위원장은 "국내외 정세가 긴박한 지금 저희 주장이 갑작스럽다고 여기실 분도 계시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억울했던 사정을 알리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책임을 묻게 됐다"고 밝혔다.
유족회 등은 "3만명 넘는 제주도민이 억울하게 희생된 4·3 당시는 미군정 시기였고, 미국 군사고문단이 한국군에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던 시기였다"면서 "70년이 흐르는 동안 미국은 아무런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4·3 직후 미군정이 제주지구 미군사령관으로 파견해 모든 작전을 지휘토록 한 로스웰 브라운 대령은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고 발언했다"면서 "이는 미군정이 4·3이 대량학살로 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양국 정부는 4·3 당시 미군정과 군사고문단에 대해 진상조사를 협의해야 한다"면서 "유엔도 국제인권법·국제인도법 위반 행위 피해자 구제와 배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조치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이날 미국과 유엔의 조치를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청원사이트 아바즈 등 온·오프라인에서 여러 언어를 통해 1차로 내년 3월까지 서명을 받고, 2차 서명은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