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가 김현철, 한벽원갤러리서 18일부터 25점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6척도 안 되는 몸으로 / 사해를 초월하려는 뜻이 있네 / 긴 수염 나부끼는 얼굴은 윤택하고 붉구나 / 그림을 보는 이는 그가 신선이나 검객으로 의심하지만 / 그 진실로 물러나고 양보하는 기품은 / 대체로 인정 많고 성실한 군자로서 또한 부끄럼이 없구나……."
조선 후기 문인화가 담헌 이하곤(1677~1724)이 친구 공재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을 찬미하며 지은 시 '윤호언자사소진찬'(尹孝彦自寫小眞贊)이다.
공재는 국보 제240호인 '자화상'으로 알려졌다. 종이에 먹과 엷은 색으로 그린 세로 38.5cm, 가로 20.5cm 크기 작품이다.
초상화가이자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인 김현철은 2014년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개최된 공재 서거 300주년 기념전에서 이 작품을 마주했다. 그는 밑그림인 초본 형식의 '자화상'을 보면서 정본 초상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윤두서 초상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벽원 갤러리에서 18일 개막하는 김현철 작가의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띌 작품이다.
작가는 '자화상'과 담헌의 시 등을 참고해 공재의 정면반신 초상을 제작했다.
의관을 정제한 수염은 바람에 날리듯 가볍게 표현하고, 얼굴에는 섬세한 붓질을 계속했다.
인물의 정신을 드러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눈동자는 그 기개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맑고 강렬하게 그려 내려 애썼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2001년부터 지금까지 그린 초상화 30여 점 중 25점이 나온다.
작가는 17일 "서양화법의 초상화에 못지않게 우리 초상화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커져 점차 활발한 초상제작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승려이자 독립운동가,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1879~1944), 화가 월전 장우성(1912~2005), 서예가 일중 김충현(1921~2006) 등의 초상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4일까지. 문의 ☎ 02-732-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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