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역시 바람과 한라산 브레이크"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 대회 더CJ컵앳나인브리지스(이하 CJ컵)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나인브릿지골프클럽에서 치러진다.
나인브릿지골프클럽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남자 투어 프로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리조트 코스인 나인브릿지골프클럽은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지닌 PGA투어 선수들에게는 짧게 느껴진다.
전장 7천196야드에 파72라면 일반적인 PGA투어 대회 코스치고는 짧다.
이런 짧은 전장에 파5홀이 4개가 들어있다. 이들 파 5홀마저 어렵지 않게 두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다. 선수들은 라운드마다 4개의 버디를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경기한다는 뜻이다.
짧은 전장에도 페어웨이가 비교적 널찍해 티샷을 칠 때도 큰 압박감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
최경주(47)는 "하루에 6, 7언더파를 치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6일 이곳에서 프로암에 초청받아 18홀을 돌아본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선수 김병준(35)도 "파5홀이 다 쉽다. 파4홀 10개 역시 굳이 드라이버를 잡지 않아도 버디 찬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나인브릿지골프클럽의 가장 큰 특징은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산악형 코스라는 점이다.
해발 고도가 1천m에 이르는 나인브릿지골프클럽에는 강하고 변덕이 심한 바람이 자주 분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바람과 바다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이 엇갈리며 종잡을 수 없이 불 때가 많다.
2002년 이곳에서 처음 LPGA투어 대회가 열렸을 때 당시 최고 선수이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최종 라운드에서 초속 15m의 강풍 속에 4오버파를 쳤다.
"7언더파를 칠 수 있는 코스"라는 최경주의 전망도 "바람이 잠잠하다면"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또 하나 변수는 급격한 기온 변화다. 나인브릿지골프클럽에서는 18홀을 돌면서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다가 두꺼운 스웨터를 껴입는 일이 다반사다.
영상의 기온에도 바람이 불면 체감 온도는 영하로 뚝 떨어지기 일쑤다.
선수들이 일제히 연습 라운드에 나선 17일에는 바람이 잠잠했다. 날씨도 한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따뜻했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채 경기하는 선수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구름이 몰려와 해를 가리자 추위를 느낄 만큼 기온이 빠르게 떨어졌다.
그린에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한라산 브레이크'도 1, 2라운드에서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인브릿지골프클럽을 비롯한 제주 산간 지역 골프 코스 그린에서는 눈에 보이는 경사와 실제 경사가 다른 경우가 많다. 오르막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리막이거나 내리막인 줄 알았는데 실제는 오르막이다.
고도가 높은 산과 낮은 바다가 인접한 코스에서 자주 나타나는 착시 현상이다.
최경주는 "착시 현상이 분명히 있다"면서 "그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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