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편지로 감사…'맞춤법 가르치는 세종대왕 봇' 등 기능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지방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비속어와 오·탈자가 범람하는 카카오톡을 우리말 청정 공간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카카오에 냈다가 '깜짝 답장'을 받았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아이디어가 좋아 잘 검토하겠다"는 자필 편지를 보낸 것이다. 얘기의 주인공은 경북 구미시의 원호초등학교 5학년 4반 학생들이다.
17일 카카오와 원호초에 따르면 이 학교의 이기태 교사는 한글날을 기념해 지난달 말 반 학생들과 카카오톡에서 바른 우리말을 지킬 수 있는 기능을 고안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아이들도 실생활에 많이 쓰는 카카오톡과 관련된 얘기라 신이 났다.
한글의 의의를 되새기는 바탕화면을 도입하고 맞춤법을 대화체로 알려주는 '세종대왕 봇'(대화형 로봇)을 선보이는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메신저에서 바르게 말을 하면 1도씩 온도가 올라가고 목표치를 넘기면 선물을 주는 '바른말 온도계'를 넣고, 좋은 말을 하는 메신저 친구들을 별표로 표시하는 기능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 교사는 '아이디어로 실제 변화를 일으키자'며 프로젝트 결과물을 카카오 본사에 보냈다.
회사 측이 혹시라도 웃어넘기고 답변이 없으면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만만찮았지만 '기우'였다. 16일 5학년4반 교실로 임 대표의 자필 편지와 학생들을 위한 카카오프렌즈 공책·인형 선물이 도착한 것이다.
임 대표는 편지에서 "(프로젝트 결과물에서) 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너무 예쁘고 아이디어가 좋아 감동했다. 제안 내용은 카카오톡 팀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좋은 아이디어를 줘서 고맙다"고 썼다.
이 교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편지를 접하며 아이들이 참 많이 놀라워하고 기뻐했다. 아이들의 작은 소리도 흘려 듣지 않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학생들이 제안한 기능에 대해 법적·기술적 검토를 진행하는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카카오톡에 도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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