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쉰 "시진핑, 후진타오의 보시라이 지원·공청단 세력화 의심"
"후진타오·원자바오 가족 비리, 압박 카드로 활용할 것" 분석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공산당의 외곽 청년조직이자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정치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철저하게 몰락할 조짐을 보인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이 1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면서 차세대 주자로 부각돼온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가 18일 개막할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발탁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후춘화는 그동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도 관계가 나쁘지 않아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결국 시진핑과 후진타오의 권력투쟁에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후춘화 낙마가 현실화한다면, 그 것은 바로 공청단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쉰은 내다봤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일찌감치 정치국원에 진입하며 류링허우(60後·1960년대 출생 세대)로서, 당시 시진핑(習近平)을 잇는 차세대로 낙점받았던 후춘화는 후진타오와 마찬가지로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장관급) 출신이다. 이를 바탕으로 후진타오 집권 시절에 승승장구했으나, 결국 화를 당하게 됐다는 얘기다.
보쉰은 아울러 후춘화가 스스로 상무위원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당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에 따라 후진타오가 시진핑을 잇는 지도자 후보로 선정했으나, 후춘화가 스스로 상무위원 진입과 차기 주자 자리를 포기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서 중화권 매체들에선 후춘화가 자칫 화를 자초할 수 있다고 보고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이 이미 공청단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에 나선 가운데 후춘화가 자신과 함께 차기 주자 후보로 여겨졌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낙마한 것을 보고선 자신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워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쑨정차이는 중대한 비리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지난 7월 낙마했다.
보쉰은 시 주석이 공청단의 좌장이라고 할 후진타오 전 주석은 물론 그의 재임시절 총리였던 원자바오(溫家寶)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중국 내에서도 왜 시진핑 주석이 후진타오 전 주석을 공격하는 지에 대해 갸우뚱하는 시각이 있다고 한다.
2002년 제 16차 당대회에서 권력을 이양했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그 이후에도 당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1년 6개월여 유지하면서 군권을 행사했던 것과는 달리 후진타오 전 주석은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당·정·군의 모든 권력을 한꺼번에 넘겨주는 등 적어도 외견상 관계가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시 주석은 후진타오에게 크게 고마워했고, 양자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보쉰은 그러나 "사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후진타오가 암암리에 시진핑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를 지원했다는 점, 부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링지화(令計劃)를 최측근으로 거느렸다는 점 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후진타오는 링지화 낙마 전까지 링지화, 후춘화 등과 함께 정기적인 모임을 해 시 주석의 경계심을 크게 자극했다고 보쉰은 전했다. 시 주석에게 공청단의 세력화를 꾀하는 것으로 비쳤을 수 있다는 뜻이다.
후진타오에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배출한 공청단은 8천7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 청년조직이자 공산당 내 인재 양성소이다. 당 지도부인 정치국원(25명) 중 7명의 상무위원을 제외한 18명 가운데 7명이 공청단 출신일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공청단이 관료화, 귀족화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부정부패 조사, 중앙조직 축소, 예산 대폭 삭감, 주요 간부 퇴출 등으로 공청단 세력을 크게 위축시켰다. 최근에는 공청단의 일인자인 친이즈(秦宜智)가 한직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보쉰은 "시 주석은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가족, 자녀의 비리를 거머쥐고 이를 두 사람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며 "후진타오가 이에 순응해 더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별일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후춘화의 상무위원 탈락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공청단의 철저한 몰락을 의미한다"며 "시 주석이 집권 후 당의 불문율을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차기 지도부 선출도 예측을 불허한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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