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완치 핵심은 '수술'… 수술 전 항암요법으로 '유방보존'까지
유방암 수술에도 3D프린팅 활용…"절제부위 최소화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 유방암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25.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생기는 암종이 됐다.
국내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방암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매년 진단되는 유방암 환자가 1999년 6천명에서 2013년 2만159명으로 14년만에 3배가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유방암 발생률은 모든 암을 통틀어 가장 빠른 매년 5.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유방암이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여성호르몬'과 '식습관'의 변화다. 여성호르몬은 유방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보다 초경 나이가 빨라져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일찍부터 받게 됐다. 결혼 연령이 높아졌고, 첫 출산 또한 늦어지면서 그만큼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 것이다. 갱년기 증상으로 장기간 호르몬 요법을 받는 경우도 유방암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식습관 측면에서는 서구화된 고지방, 고칼로리 식단으로 인해 비만율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복부 지방은 인슐린 농도를 증가시키고 에스트로겐 생성을 활성화해 유방암 발생 위험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방암 발생률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유방암 치료 후 생존율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우리나라 유방암 5년 생존율은 92%다. 미국 89.2%, 일본 89.1% 등 의료 선진국보다 앞서 있다. 조기검진의 활성화와 유방암 치료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 유방암 완치 핵심은 '수술'…수술 전 항암요법으로 '보존'까지
유방암 치료는 수술이 필수다.
유방암 수술은 크게 암이 있는 쪽의 유방을 전부 제거하는 '유방전절제술'과 유방 전부를 제거하지 않고 암 덩어리와 주위 조직 일부만을 제거하는 '유방보존수술'(부분절제술)로 나뉜다.
과거에는 유방암 환자 대부분이 유방전절제술을 받았지만, 많은 연구결과 재발이나 생존율 측면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병기가 많이 진행됐을 때, 암이 여러 개 있는 다발성일 때, 암이 피부를 침범했을 때 등 유방전절제술을 꼭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방보존수술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조기검진의 활성화로 0기 혹은 1기일 때 유방암 진단을 받는 환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유방보존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비율 역시 높아지고 있다. 1996년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18.7%만이 유방보존수술을 받았지만, 2014년에는 유방암 환자 3명 중 2명꼴로 유방보존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더욱이 요즘은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점점 더 많은 환자가 유방을 전부 제거하지 않는 유방보존수술의 혜택을 받고 있다. 수술 전 항암치료는 종양의 크기가 큰 경우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해 종양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보통 2가지 이상의 약제를 병합 또는 순차적으로 투여해 치료한다.
수술 전 항암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유방보존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수술 전 항암치료로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면 유방절제술에서 유방 부분절제술로 전환해 유방을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또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보다 항암제 투여가 빨라 미세 전이에 대한 조기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항암치료를 선행하면서 항암제 투여에 따른 종양의 크기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항암치료의 효과 여부를 직접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 유방암 수술에도 3D프린팅 활용…"절제부위 최소화 가능"
유방암 수술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암 덩어리를 깨끗이 떼어내는 동시에 절제부위를 최소화해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통상 수술 전 유방촬영이나 초음파를 보면서 10여개의 미세 침을 종양 부위에 삽입해 수술 부위를 표시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하지만 종양의 범위를 정확하게 표시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시술할 때 통증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방암 수술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수술 전 미리 환자 유방 모양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해 놓은 '3D 유방 수술 가이드'를 사용해 정교하게 떼어내야 할 부위를 특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념이다. 수술 가이드에는 암세포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색소 주입구가 있다. 이를 통해 암세포만 염색시키는 인체용 염색약을 주사해 절제할 부분을 최소화하면서도 더욱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다.
3D프린팅을 활용한 유방 수술 가이드는 수술 전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들에게 특히 더 유용하다. 수술 전 항암요법을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일 수 있지만 줄어든 부분에 미세하게 암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암을 정확히 집어낼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반영하면 보다 확실하게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게 가능하다.
◇ '피부보존유방절제술-동시복원수술'로 유방암 환자 삶의 질 높인다
또 하나의 중요한 수술방법은 피부보존유방절제술과 동시복원술이다.
유방을 전부 절제하더라도 본인의 피부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복원하는 방식이다. 의학적 측면에서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의 완치이지만, 환자들에게 있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암 발병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특히 유방은 미용상으로도 중요한 장기여서 수술방법과 결과에 따라 수술 후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특별히 더 신경 써야 한다.
최근에는 종양이 크거나 다발성이어서 부득이하게 유방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에도 피부보존유방절제술과 즉시 복원술이 늘고 있다. 가능하면 유두, 유륜을 포함한 본인의 피부를 보존하면서 종양과 유방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로 제거한 공간은 인공 보형물이나 본인의 조직을 이용해 유방을 복원한다.
많은 환자가 유방암 수술과 유방복원수술을 같이 시행하면 재발이 더 잘 될 것이라고 오해하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다. 일찍부터 동시복원수술을 시행해 온 미국이나 서구의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추적 연구에서도 재발에 차이가 없다는 게 입증된 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다.
◇ 고범석 교수는 1994년 조선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울산대에서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2010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방암센터에서 유방암 수술 전 항암치료, 미용적 유방암 수술 등 유방암 환자들의 완치 및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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