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교사 터 상무고…기갑학교 창설기념비 건립 요청 하루 만에 철회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광주의 한 고등학교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동원된 부대의 창설기념비를 세웠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하루 만에 철거했다.
17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 상무고등학교가 지난 11일 교내에 육군기계화학교(기갑학교) 창설기념비를 세웠다가 다음날 철거했다.
옛 전교사(전투병과교육사령부) 터에 자리한 상무고는 기갑학교 요청에 따라 부대 역사가 깃든 장소를 기념하는 비석을 건립했다.
건립 예산과 인력은 기갑학교가 제공했다.
비석은 약 1m 높이 사각기둥 모양으로 1953년 창설한 부대 역사와 '선배 전우들의 업적을 기린다'는 문구를 담아 운동장 한편에 세워졌다.
기갑학교는 전교사 예하 다른 부대와 함께 5·18 당시 항쟁 진압에 동원됐다.
상무고는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광주에 연고를 둔 기갑학교가 탱크 투입 명령에는 반발했던 점 등 나름의 공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석 건립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고는 이 과정에서 학생·학부모·교사 등 내부 구성원 의견수렴은 생략했고, 교장 독단으로 기갑학교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는 일부 교사 등이 반발하고 상황을 파악한 교육청도 철거를 제안하자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고, 기갑학교는 곧바로 비석을 거둬갔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장 또한 5·18유공자 가족으로서 항쟁 역사 배경은 잘 알고 있었다"며 "단순한 사안으로 오판하면서 잡음을 빚은 듯하다"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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