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에 유쾌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코미디 영화 한 편이 관객을 찾아간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부라더'는 안동의 종갓집 형제가 아버지의 장례식날 고향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인기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각본·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이 원작 뮤지컬을 '부라더'라는 제목으로 직접 스크린에 옮겼다.
극 전반에는 전통문화와 한국인만의 정서가 물씬 배어있지만, 고리타분하기보다 참신하고 경쾌하게 느껴진다. 이야기를 따라 한바탕 웃다 보면 마지막에는 묵직한 감동까지 전해온다.
가문과 '가정의례준칙'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종갓집 어른들과 이런 가풍에 진저리치는 젊은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성격이 전혀 다른 두 형제끼리의 갈등이 큰 축을 이룬다.
학원 강사인 형 석봉(마동석)은 한국의 인디애나 존스를 꿈꾸며 유물발굴에 몰두하지만, 대출을 받아 억대의 발굴장비를 사들이고는 날마다 빚 독촉에 시달린다.
건설회사 직원인 동생 주봉(이동휘)은 고속도로 공사 구간을 잘못 정하는 바람에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고 쫓겨날 위기에 놓여있다.
두 사람은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안동 집에 내려가지만, 고향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차에서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의문의 여인 오로라(이하늬)를 차로 치게 되고, 정신을 차린 그 여인은 형제에게 서로 다른 비밀을 알려준다.
영화의 웃음은 주로 상황과 대사 속에서 나온다. 만화 같은 설정도 있지만, 마동석·이동휘가 원체 능청스럽게 연기하다 보니 어색하지 않다. 두 사람은 만담하듯이 대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때때로 몸을 사리지 않는 슬랩스틱 연기도 펼친다. '범죄도시'에서 활약했던 마동석의 남다른 체구는 이번 작품에서도 웃음 포인트로 사용되는데, 매번 적중한다.
영화에는 거문고 가락 소리가 삽입돼 감정을 조였다 풀었다 한다. 그 덕에 한 편의 해학과 풍자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따뜻한 시선을 지녔다는 점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그리지만, 서로 비난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서로 인정해주고 화해의 결말로 이끈다. 살아생전에는 몰랐던 부모의 사랑이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훔칠 관객도 제법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라더'의 별미는 요즘은 잘 보기 힘든 고택과 전통장례 등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500년의 세월이 담긴 안동의 퇴계 태실(퇴계 이황 선생 출생지)과 보물 제450호로 지정된 의성 김씨 종택에서 촬영됐다.
장유정 감독은 "요즘 언론을 보면 가슴 아픈 뉴스가 많다"면서 "일상에 지친 분들이 스트레스를 한방에 풀고 호쾌하게 웃으며 따뜻한 감동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출연진도 제법 화려하다. 이하늬가 의문의 여인이자 영화의 핵심이기도 한 오로라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지창욱과 오만석이 장 감독의 뮤지컬에 출연한 인연으로 우정 출연했고, 최근 드라마 '구해줘'로 인기를 얻은 서예지도 모습을 내비쳤다.
종갓집에 시집온 새댁 역의 송상은과 그의 남편역의 조우진, 집안의 전통을 지키려는 당숙 역의 송영창 등도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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