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통령 "지방선거 압승, 美·동맹국에 잔혹 메시지"

입력 2017-10-18 03:43  

베네수엘라 대통령 "지방선거 압승, 美·동맹국에 잔혹 메시지"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야권 일각서 선거결과 수용 움직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지방선거 승리와 관련, 미국과 동맹국에 강한 메시지를 던져준 사건이라고 자평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국민은 제국주의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역내 동맹국, 우파 극단주의자들에게 잔혹한 메시지를 던져줬다"고 주장했다고 국영 VTV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북쪽의 제국주의 세력(미국)이 우리나라를 겨냥해 심리·정치·경제 전쟁을 벌여왔다"면서 "경제전쟁과 유도된 물가상승이 우리 국민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틈나는 대로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극심한 경제난의 원인을 역내 좌파 진영 약화와 석유 이권 확보 등을 노린 미국과 우파 동맹국, 국내 보수 기득권층이 벌인 '경제전쟁' 탓으로 돌려왔다.

지난 15일 베네수엘라 23개 주(州) 지사를 선출하기 위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17개 주지사를 석권했다.

애초 사전 여론조사를 토대로 압승할 것으로 예상했던 야권은 5개 주의 주지사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1개 주에서는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다.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야권 강세지역 내 투표소의 막판 이전 등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면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야권을 거들어 "공정성과 자유가 결여됐다"고 비난했고 유럽연합(EU)은 "놀라운 결과라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캐나다, 콜롬비아 등도 선거 합법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야권 일각에서는 민의를 받들어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해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참가자들이 야권의 분열과 부족한 정치적 능력에 염증을 느껴 투표를 포기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개입 발언과 잇단 제재가 반미 감정을 건드려 마두로 정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서민과 시골 지역의 민심 결집을 유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소속으로 곧 임기가 만료되는 엔리 팔콘 라라 주지사는 "우리가 졌다는 것을 책임감 있게 말한다"면서 "우리는 역경 속에서 진실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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