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촉발한 전사자 예우 공방…정치도구화에 비난 봇물(종합)

입력 2017-10-18 10:54  

트럼프가 촉발한 전사자 예우 공방…정치도구화에 비난 봇물(종합)

"오바마, 유족에게 전화도 안해" 트럼프 주장에 "트럼프도 안했다" 반박

오바마, 켈리 아들 전사 때 위로전화는 안했으나 이후 백악관 초청 확인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순직 군인들의 유족을 정치도구로 삼아 버락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들을 공격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순직 군인의 유족에게 연락한 적도 없다며 "나는 (복무 중) 숨진 사람들의 모든 가족에게 전화했다고 생각한다"고 자랑했으나,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고 AP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순직한 20여 명의 군인 중 최소 2명의 유족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나 편지를 받지 못했다.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자살공격으로 숨진 미 육군 상병 크리스토퍼 마이클 해리스의 부인 브리트니 해리스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주선하겠다고 제안했으나 통화는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신 17주차인 그는 대통령으로부터의 편지 또한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시리아에서 군용 차량 사고로 숨진 육군 상병 에티엔 머피의 부모와 부인 역시 아무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나 편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AP에 전했다.

모친인 실라 머피는 "전투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아들은 시리아에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한 것 자체가 2주 전 니제르에서 전사한 특전부대원 4명에 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취재진의 지적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점에서 비난이 가열되는 분위기이다.

이라크전에서 헬기 탑승 중 공격을 받아 두 다리를 잃은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최고사령관(트럼프)이 어떤 역겨운 게임을 하든지 간에 그가 전사자 가족을 노리개로 사용하는 일을 멈추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특히 전임 대통령들이 전사자 유족을 충분히 예우하지 않았다는 식의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향한 반론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은 트위터에서 "(조지 W.)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그리고 그들의 영부인은 군인과 전사자, 유족들을 진심으로 돌보고 그들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했다. 정치가 아니라 신성한 믿음이었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따라 2009년 도버 공군기지로 나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18명의 유해 송환을 맞이했던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도 트위터에서 "빌어먹을 거짓말을 멈추라"면서 "도버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을 봤다"고 적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아프간에서 아들을 잃은 존 켈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으나, 대신 다른 방식으로 켈리 비서실장을 위로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CNN과 폭스뉴스 등 복수의 미 언론은 이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이라크 서부 다국적군 사령관으로 복무하던 켈리 비서실장에게 차남 로버트 켈리의 전사와 관련해 위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 방문자 기록을 확인한 결과 켈리 비서실장이 차남이 전사한 지 6개월 뒤 오바마 대통령이 전사자 유족을 위해 주최한 백악관 조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AP가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켈리 비서실장 가족이 미셸 오바마 영부인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지낸 네드 프라이스는 트위터를 통해 "명예와 품위를 갖춘 켈리가 이런 어리석은 잔인함을 멈춰야 한다. 그는 오바마가 어떻게, 얼마나 많이 유족들을 돌봤는지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촉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전사자 가족을 끔찍이 챙겼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다나 페리노가 "부시 전 대통령은 병원을 찾아 부상자를 위로하면서 슬퍼하는 어머니의 분노를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였다"고 쓴 글이 트위터로 확산 중이다.

델릴리아 오맬리라는 이름의 한 트위터 사용자는 "내 형제가 전사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내가 소리지르는 걸 가만히 들어준 뒤 울고 있던 나를 안아줬다"고 주장했다.






sh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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