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 결정…캔커피 1개 훔친 노동자도 감경
(세종=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현금인출기에 남아 있던 현금 5만원에 손댔다가 경찰에 붙잡힌 취업준비생이 훈방 조처됐다.
18일 세종경찰서에 따르면 A(24)씨는 추석 연휴 전 세종시 한 현금인출기에 누군가 꺼내 가지 않은 현금 5만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에 아무도 없었던 터라 견물생심으로 돈을 챙긴 A씨는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에 덜미를 잡혀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태료 처분 등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을 신속하고 적절하게 처리하는 일종의 약식 재판이다.
검사 기소가 필요한 정식 형사재판과는 달리 경찰서장이나 해양경찰서장이 법원에 청구한다.
세종경찰서는 지난 17일 해당 사건에 대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A씨를 훈방하기로 의결했다.
고의성이나 상습성이 없는 데다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는 A씨 모습 등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훈방처분을 받은 A씨는 벌금형 등 처분을 받지 않고 전과도 남기지 않게 됐다.
세종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위원장(경찰서장)과 경찰 내부위원(2명), 법률가, 교수, 의사 등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다.
경찰 관계자는 "참석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감경처분 의견이 모이면 형사입건 대상은 즉결심판으로, 즉결심판은 훈방으로 감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직원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캔커피 1개를 훔친 일용노동자(60), 밭에 심어 놓은 남의 호박을 따간 이웃(66),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주민이 놓고 간 마늘을 가져간 택배기사(57) 등도 훈방 처분됐다.
김철문 세종경찰서장은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줄 수 있다"며 "객관적이며 공정한 심사를 통해 모두에게 공감받는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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