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정권 등 과거 국가정보원의 전방위 정치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전담 수사팀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 8명을 추가로 파견받아 국정원 수사팀을 검사 25명 규모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 특별수사본부가 검사 30여 명 수준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외견상 국정원 수사팀이 특별수사본부 급으로 커지는 셈이다. 이번 수사인력 증원은 날마다 새롭게 드러나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신속히 파헤치고 향후 공소유지에도 충실히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당시 국정원의 정치공작은 거의 전방위적이었다는 느낌을 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사이버 외곽팀'을 통해 여론조작을 시도한 의혹이 지난 8월 공개된 것을 시작으로 정부 비판적 성향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을 만든 의혹이 잇달아 불거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노벨 평화상 취소 청원을 시도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보수단체 성명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공모해 '관제시위'를 주도한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은 최순실 씨에 관한 첩보를 여러 건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동향을 감찰 대상자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금까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가 수사 의뢰한 과거 비위 내용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민간인 '댓글 부대'를 동원해 온라인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구속했고, '사이버 외곽팀'의 불법 활동에 관련된 양지회(국정원 퇴직자 모임) 전 간부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도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추 전 국장 등 전직 국장급 간부 3명에 대해서는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국정원 적폐 수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정치공작 계획과 결과를 보고한 청와대 윗선이 누구인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추 전 국장 등 국정원 비선까지 동원해 최순실 씨를 비호한 이유가 뭔지 등 남은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국가의 핵심 정보기관이 기본 설립취지조차 망각한 채 저지른 정치공작의 뿌리를 뽑지 않고는 국정원은 물론 정부도 올바로 설 수 없다. 과거 정권의 적폐라도 수사를 통해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엄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문무일 검찰총장도 말했듯이 이런 식의 적폐 수사가 너무 길어지면 국민 피로감이 쌓일 수 있다. 검찰이 국정원 수사팀을 대폭 확대한 뜻도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 있을 것이다. 아울러 끝까지 공정성과 균형감을 유지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는 것이 신속한 수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보수 야당에선 연일 '정치 보복성 수사'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명쾌하지 못한 수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검찰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 한때 이 수사팀을 특별조사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본부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맡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없었던 일로 했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미리 차단했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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