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가 들려주고 싶은 얘기 담았죠"…파독 광부 출신으로 포럼도 이끌어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파독 광부·간호사 등 재독한인 1세대는 자식들이 독일에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살게 하려고 교육에 매진했습니다. 덕분에 2세들은 대부분 주류사회에서 활약하는 인재가 됐지만 모국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서 늘 안타까웠죠. 차세대에 모국의 역사·문화·현재를 제대로 알리려고 가이드북을 펴내게 됐습니다."
파독 광부 출신으로 '한국, 한국인을 이야기하다'(예원미디어)를 펴낸 최완(76) 사단법인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이사장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외동포 차세대들이 모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과 1세대들이 전하고 싶은 것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고 소개했다.
책은 국호와 국가 상징, 한글, 한국문학, 5·18민주화운동과 위르겐 힌츠페터, 한강의 기적, 헌법과 정부, 한국의 근대화와 공동체 운동, 전통사상과 종교, 김장 문화·비빔밥·한옥, 스포츠, 기억할 만한 인물 등 13단락으로 꾸며져 있다.
각 단락의 집필은 분야별전문가에게 위촉했다. 김형민·이민수·에릭 융크(서강대), 이재호·박종소(숭실대), 조수군·오수길·염철현(고려사이버대) 교수와 김성균(지역사회연구원)·성광동(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이 참여했다. 역사 속 인물 소개에는 이현진 역사해설가 등이 필진에 가담했다.
1970년 광부로 독일에 파견돼 3년간 보훔의 광산에서 근무한 최 이사장은 이후 비스바덴에 정착해 여행사를 운영했다. 비스바덴 한인회장을 맡아 한글학교 설립을 주도했고 교장으로도 봉사했다. 재독한인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을 지낸 그는 남은 인생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차세대와 모국을 이어주는 것이라고 결심해 2013년에 포럼을 설립했다.
이후 퀘네슈타인 자치도시에서 아리랑페스티벌(2013) 행사를 비롯해 김재신 주독일대사 초청 차세대강연회(2014), 청소년 진로상담회(2015), 경기도 양주 풍류악회 초청 연주회(2016) 등을 개최했다.
그는 "차세대 중에는 의사, 변호사, 교수, 공무원 등 전문직 종사자가 놀랄 만큼 많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이지만 한국계라는 의식이 희박하다"며 "독일에서 나고 자랐어도 동양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모국을 아는 이중 정체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강연회와 문화 행사 등을 꾸준히 열어왔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한국을 알리기 위해 가이드북을 구하려고 한국의 서점을 돌아다녀 봤지만 동포 차세대에 알맞은 책이 없었다"며 "그래서 외국에서 성장한 차세대를 위한 맞춤형 책자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발간한 이 책은 우선 한국어과가 개설된 독일 대학과 한-독 가정에 공급할 예정이다. 연내에 독일어판도 발행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인 차세대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을 궁금해하는 독일인들에게도 소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영어판 발행도 추진한다.
23일 오후에 국회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인 그는 "책 보급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차세대가 실제로 한국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모국 방문 체험행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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