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신시대 사회주의', 덩샤오핑 사상과 다른 점은?

입력 2017-10-18 17:51   수정 2017-10-18 19:14

시진핑의 '신시대 사회주의', 덩샤오핑 사상과 다른 점은?

19차 당대회서 차기 5년 이끌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제시

실용주의 대신 공산당 주도 '강대국·중산층 사회' 천명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회의(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제시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82년 12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 노선을 계승하되, 이를 신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장(黨章)에 명기될 것으로 예상했던 '시진핑 사상'을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 중화권 언론을 토대로 시진핑 사상이 덩샤오핑 이론과 어떤 차별점을 지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 제시해 본다.





◇ 먼저 부자 되라는 '선부론' vs 모두 잘 살자는 '샤오캉'

덩샤오핑은 1970년대 말 전면적인 개혁·개방을 천명하면서 '선부(先富)론'을 제시했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먼저 부자가 되게 하자는 뜻이다.

그가 집권한 1970년대 말의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주도로 중국 전역을 10년 넘게 휩쓴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가시지 않은 때였다. 극단적인 평등주의를 내세운 탓에 경제와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고, 인민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덩샤오핑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종의 차별주의, 엘리트주의인 선부론을 전면에 제시했다.

지역적으로는 대외무역이 쉬운 동남 연해를 개발한 뒤 내륙지역으로 개발의 훈기를 불어넣겠다는 뜻이었다. 마오쩌둥이 철폐한 대학 입시를 부활시켜 경제개발을 주도할 엘리트 인재를 키우고, 일부 계층이 부를 먼저 쌓도록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선부론을 이념적 토대로 시행된 개혁·개방은 이후 40년간 이어진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시 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하면서 맞닥뜨린 중국의 현실은 이와는 다른 것이었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극심한 빈부 격차가 발생했다. 한 연구 결과는 중국이 청나라 말기와 맞먹는 수준의 부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무색하게 하는 이러한 현실에 시 주석이 처방전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다.

샤오캉은 중산층을 뜻하는 중국어 단어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는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덩샤오핑의 뜻을 이어받아 성장을 지속하겠지만, 이제는 모든 국민의 평등과 복지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샤오캉 사회의 전면적인 기초 아래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2035년부터 21세기 중반까지 부강하면서도 아름다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 이데올로기 신경 안 쓰는 '흑묘백묘' vs 당 주도의 '사상투쟁'

덩샤오핑이 선부론과 함께 제시한 것은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덩샤오핑이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덩샤오핑은 미국 방문 때 목격한 앞선 산업기술과 경제력에 충격을 받고 이를 제시했다고 한다.

경제정책은 자본주의식으로 추진하고, 정치는 기존의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자는 '정경분리'의 흑묘백묘론은 이데올로기를 크게 따지지 말고 경제발전에 매진하자는 실용주의 사상이다.

이후 덩샤오핑은 시장주의 요소를 전면적으로 도입해 경제발전을 이끌었고, 이는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등 그의 후계자들도 답습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와는 달리 당 주도의 전면적인 사상투쟁을 제시했다.

공산당이 전면에 나서 사회주의 사상을 이끌 당 조직을 각계각층에 건설하고, 경제정책에서도 세계적인 국영기업을 키워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을 해야 한다는 그의 이론은 전임 지도자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당이 사상 전선을 주도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신념은 2015년 7월 9일 300여 명에 달하는 인권 운동가들을 잡아들인 이른바 '709 검거' 때 절정에 달했다.

당의 주도권을 확립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종엄치당(從嚴治黨)'으로 불린 엄격한 당 관리와 대대적인 반부패 사정을 전개했다.

저우융캉(周永康), 보시라이(薄熙來), 링지화(令計劃), 궈보슝(郭伯雄), 쉬차이허우(徐才厚), 쑨정차이(孫政才) 등 '호랑이'로 불린 부패 고위관료들을 잡아들이고, 100만 명이 넘는 간부들을 반부패 혐의로 처벌했다.

극심한 당 간부의 부패에 분노했던 중국 국민은 이러한 반부패 사정에 환호했고, 이는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 절대적인 기반이 됐다.

시 주석이 이날 연설에서 '치국이정(治國理政)' 이론 중의 하나로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이론·제도·문화에 대한 '4개 자신감'(四個自信)"을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성과에 대한 자부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 몸 굽히고 실력 키우자는 '도광양회' vs 전 세계로 뻗자는 '중화부흥'

덩샤오핑의 외교정책 기본 노선은 '도광양회(韜光韜晦)'라고 할 수 있다.

도광은 감출 도(韜)와 빛 광(光)이 결합해 '빛을 감춘다'는 뜻이고, 양회는 기를 양(韜)에 어두울 회(晦)가 합쳐져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는 의미다.

1992년 1월 덩샤오핑이 선전, 상하이 등을 순방하면서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한 '남순강화'에서 제시한 이 외교 노선은 당시로써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중국 사회주의의 모태인 소련이 1991년 해체되면서 적이 사라진 미국에 중국은 새로운 적으로 상정될 수 있었다. 국력이 아직 미흡한 중국을 미국이 본격적으로 견제한다면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 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덩샤오핑은 미국 등 강대국과의 충돌을 피하고 내부적인 실력 쌓기에 집중하자는 도광양회를 제시한 것이다.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이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군사력에서도 미국을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건립 등 미국에 맞설 경제권 형성마저 꿈꾸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위상에 걸맞게 시 주석은 이제 '대국굴기(大國堀起)'를 내세우고 있다. 파리협약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파리협약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공세적인 영유권 주장을 내세우는 시 주석의 모습은 도광양회를 계승했던 전임자 후진타오와는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우며 '신형 국제관계 구축'을 주창해 중국이 이제 미국에 맞설 초강대국을 꿈꾸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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