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용남고속 92번 버스에 19∼27일 9일간 탑승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고생 많았을 텐데 편한 귀향길 돼야지…"
출근 시간인 19일 오전 8시께 경기도 수원 시내를 오가는 용남고속 92번 시내버스에 반가운 손님이 탑승했다.
귀밑으로 살짝 내려온 단발머리에 가볍게 손을 말아 쥐고, 맨발 뒤꿈치를 살짝 든 채 좌석에 앉은 평화의 소녀상이 그 주인공이다.
기사석 뒤편으로 자리를 잡은 소녀상은 차창 너머로 드는 햇살을 받으며 시민들의 출근길을 동행했다.
가늘지만 또렷한 눈매의 앳된 소녀는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려 창밖 구경을 할 듯 생생한 모습이었다.
92번 버스를 운전하는 용남고속 민영훈 기사는 "소녀상이 버스에 탑승하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라며 "분주한 출근길에 소녀상을 태우니 마치 수원 구경을 시켜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출근 승객들과 등굣길 학생들에게도 버스에 탄 소녀상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수원시청과 수원역 등 인구밀집지역을 지나며 만원이 된 버스 속에서도 승객들은 소녀상 옆 창문에 적힌 안내 글귀를 꼼꼼히 읽고 소녀상의 모습을 연신 사진에 담았다.
승객 김연정(36·여)씨는 "평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살면서 직접 접할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 버스를 타자마자 소녀상의 얼굴이 보이니 무척 반가웠다"라며 "비록 형상이지만 소녀상이 수원 시내를 구경하며 느낄 해방감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도 전달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최영자(57·여)씨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그간 몸 고생,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았겠나"라며 "다시는 이 나라에서 이런 비슷한 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라고 되뇌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오는 27일까지 9일간 92번 버스를 타고 수원 시내를 달린다.
이 소녀상은 2011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했던 부부 작가 김운성, 김서경씨의 작품으로, 지난 2일 추석 명절을 맞아 '귀향'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한 차례 수원을 방문한 바 있다.
소녀상을 태운 시내버스 운행은 서울 동아운수 151번 버스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수원평화나비 김향미 사무국장은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진정한 자유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라며 "승객들도 소녀상을 가까이 접하고 아픈 역사를 다시금 되새겨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공감을 꾸준히 이어줬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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