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미국의 축출 음모설을 또다시 제기했다.
19일 필리핀 ABS-CBN 방송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공공서비스 관련 행사에서 정보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미 중앙정보국(CIA)이 나를 정부 밖으로 내쫓기를 원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는 그렇게 믿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CIA가 다른 것을 준비했었을 것"이라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CIA가 나를 좋아하지 않고 나 또한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탈미 친중' 외교노선,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대한 미국 내 곱지 않은 시선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9월에는 "CIA가 나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고를 접했다"고 말했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유혈소탕전과 관련,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첨예한 갈등을 겪던 때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역사적으로 자신들이 싫어하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을 제거했다며 그 사례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를 들기도 했다.
그는 작년 말에는 "대부분의 미국 대사는 전문적인 대사인 동시에 스파이"라며 "그들은 CIA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7월에는 미 하원의 제임스 맥거번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권 경시를 비판하며 "그가 미국에 온다면 대규모 시위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재임 기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미국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음 달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으로, 이때 처음 대면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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