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중간보고회…경찰권의 정치적 독립 등 기본원칙 제시
경찰대·간부후보생 남녀 분리모집 폐지…직협 설립도 권고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찰개혁에 참여하는 민간 인사들이 국민 인권보장을 위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의 날(21일)을 앞둔 1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대국민 중간보고회를 열어 경찰개혁 의미와 방향을 설명했다.
개혁위는 "안타깝게도 우리의 국가 수사체제는 특정 기관의 권력 독점적 구조에 놓여 있고, 국민 인권과 권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극복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수사구조개혁은 자율과 분권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국민 편익을 고려할 때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위는 헌법적 가치 실현, 경찰권의 정치적 독립 등 9개 항으로 이뤄진 '경찰권 행사의 기본원칙'도 제시했다.
기본원칙은 ▲ 경찰권 행사의 모든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 경찰권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 행사돼야 한다 ▲ 경찰권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 국민 참여와 통제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등 내용을 담았다.
조직 내 성평등 제고, 인권경찰 제도화 방안, 경찰관 노동기본권 보장 등 5건의 신규 권고안도 발표됐다.
개혁위는 경찰관을 채용할 때 남녀를 분리 모집하는 현행 제도가 헌법상 평등권을 위배한다며 2020년부터 성별 구분 없이 통합 모집하고, 경찰대·간부후보생 채용에서 이를 우선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내년 전문가 연구용역을 거쳐 2019년 경찰대·간부후보생에 한해 남녀 통합모집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개혁위는 여성 관리자 확대 목표제 도입, 기능별 여성 선발 목표치 설정, 승진심사위원회 등에 여성경찰 참여 의무화 등 성별 불균형 해소 방안도 제안했다.
경찰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이고자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수용 여부 결정의 합리성을 검토하도록 하고, 인권 전담 부서인 '인권정책관'을 신설해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법령, 훈령, 예규와 주요 정책이 인권 가치와 기준에 부합하는지 사전에 판단하는 '인권영향평가제' 도입도 제시됐다.
피의자 조사 전에 취지를 미리 알려주고 사전에 조사 일정을 협의하며, 조사 후 피의자나 변호인 요청이 있으면 관련 법령에 따라 진술조서 복사본을 제공하는 등 피의자 인권보장 방안도 포함됐다.
피의자나 참고인, 피해자 등이 조사 과정에서 내용을 기록하도록 허용하고, 변호인이 신문 내용을 기록하는 행위 역시 보장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신변보호 조치 실효성 강화 등 범죄 피해자 인권을 보호할 정책도 권고됐다.
경찰관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개혁위는 기관장이 4급(총경) 이상인 경찰관서에 일선 경찰관과 관서장 간 의사소통기구로 노동조합 전 단계인 직장협의회(직협)를 설립하라고 경찰청에 요구했다.
현재 직협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이지만, 법안 통과 전이라도 일선 경찰관과 기관장 간 의사소통기구를 운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수사경찰은 업무 성격이나 권한을 고려해 직협 가입 대상에서는 제외하고 별도 소통기구를 설치하는 방향이 거론됐다.
개혁위는 경찰 노조 설립에 대해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공익을 우선해야 할 무거운 책무를 지닌 경찰관의 노조 설립에는 국민 신뢰와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며 "여건이 성숙하는 대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청은 "권고안 취지를 충분히 공감했고, 권고안 수용을 위한 세부 실행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관 남녀 통합모집은 방향성에 공감하나 현장 치안력 약화 등 우려도 있는 만큼 전면 도입 시기와 방법은 검토가 필요하며, 경찰 노조는 국민적 우려 등을 고려해 당장 도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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