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의 온라인몰들이 '안네 프랑크의 일기'의 저자인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핼러윈데이 의상으로 팔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판매를 철회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업체는 배송비를 제외하고 25달러(약 2만8천 원)에 이 의상을 내놓고 "당신의 아이가 핼러윈에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안네 프랑크 의상은 앞에 단추가 달린 파란색 드레스에 초록색 베레모, 가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30∼1940년대 소녀들의 패션을 대표한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상품 광고에서는 갈색 머리의 소녀가 이 옷을 입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안네 프랑크라는 이름을 적시하지 않고 '2차 세계대전 피란 소녀의 드레스'라는 두루뭉술한 명칭으로도 판매 중이다.
이에 소셜미디어 등에서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핼러윈 의상의 모델로 삼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유대인 차별철폐를 위해 활동하는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성명을 내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가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이런 의상은 홀로코스트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해 둔감하고 부도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ADL 세인트루이스 지부도 "우리는 안네 프랑크의 삶과 죽음으로부터 그를 존중하고 미래의 악몽을 예방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며 "우리는 그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다수의 유통업체는 이 상품을 판매 리스트에서 삭제하고, 최소한 한 곳의 업체는 사과문을 올렸다.
독일 태생의 안네 프랑크가 나치 치하였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다락방에서 은신하면서 쓴 일기는 사후에 출판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가 됐다. 프랑크는 1944년 붙잡혀 이듬해 독일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에서 15세의 나이로 숨졌다.
한편, 미국에서 매년 10월 말 열리는 핼러윈 축제 의상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AFP는 전했다.
2년 전에는 월마트와 이베이 등이 이스라엘 군복과 아랍인의 매부리코를 상징하는 코 모형을 팔아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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