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운영비로 의원 식사비 결제…"그래도 홀가분"
국회사무처 지침도 "김영란법 저촉 안 되게"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음식 안 떨어지려나, 무슨 줄이 이렇게 길어"
19일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내 한 구내식당. 50m가량 늘어진 행렬을 보고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발을 굴렀다.
후딱 점심을 먹고 자료준비를 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보여서였다.
2017년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국감이 진행되는 국회와 각 정부부처, 피감기관 현장은 점심만 되면 구내식당 자리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상임위 위원은 물론 보좌·비서진, 피감기관 관계자들까지 많게는 수백 명이 한 번에 몰리다 보니 국감일정이 잡힌 날이면 내부 직원들은 혼잡 방지를 위해 원치 않아도 '외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9월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2년째 계속되는 국감 점심 풍경이다.
한 상임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년 전만 해도 국감 시즌이면 의원들은 물론이고 보좌진들, 상임위 직원들도 피감기관이 차려놓은 음식을 대접받았다"며 "구내식당이든 외부식당이든 법 시행 이후엔 상임위에서 운영비가 담긴 카드로 직접 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은 물론 올해 국감에서도 의장실 등 국회사무처 윗선에서는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게 조심하라"는 직간접적인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각 상임위 행정실 직원들은 매번 의원들의 식사비용을 결제하고 영수증 처리하느라 업무 피로도가 더 증가했을 법도 한 데 실제로 돌아오는 반응은 달랐다.
한 상임위 행정실 관계자는 "피감기관 접대를 받느니 오히려 맘이 편하고 홀가분하다"며 "운영비 결제용으로 나온 카드로 계산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의원들 점심 메뉴도 소박해졌다.
상임위 운영비로 계산하기 때문에 김영란법 식사비용 한도인 3만원을 넘겨도 상관없지만, 암묵적으로 '3만원 이하급' 메뉴를 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어제는 국회 앞 7천원짜리 김치찌갯집에 의원들을 모셔가기도 했다"며 "외부식당에 가게 되더라도 비싸 봐야 2만원선의 한식"이라고 전했다.
goriou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