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오는 26일 대선 재선거 앞두고 정국 불안·불확실성 커져

입력 2017-10-19 22:49  

케냐, 오는 26일 대선 재선거 앞두고 정국 불안·불확실성 커져

유력 野 후보 재선거 출마 거부·선관위 내홍에 공정선거 의문

"그냥 지켜보겠다"…정치권 불신으로 국민의 대선 관심 저조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가 내주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를 예정인 가운데 이번에도 신뢰할 만한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국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케냐 대법원은 지난 8월 치러진 대선 과정에서의 변칙과 불법적인 오류를 이유로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하고 오는 26일 재선거를 치르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오류 없이 치르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로 인한 파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FP 통신은 19일(현지시간) 케냐타 대통령의 강력한 라이벌인 야권연합의 라일라 오딩가(72) 대표가 이번 재선거에 출마를 거부한 데다가 선거관리위원회(IEBC)는 내홍을 겪고 있어 현 시점에서 선관위가 공정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몇 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 오는 26일 재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 현재로써는 '그렇다'는 대답이 많지만, 선거 당일 어떤 모습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8월의 대선이 끝나고서 대법원의 무효화 판결 이후 거의 매일같이 양 후보 간 비방이 이어지는 등 정국이 나날이 혼란에 빠지는 형국이다.

와풀라 체부카티 선관위원장은 기술적이고 물리적인 관점에서는 재선거를 시행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말하면서도 여야 정치인들의 간섭과 선관위 내부 고위간부들 간 불협화음으로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영국 버밍엄 대학의 아프리카 정치학 전공인 닉 치즈먼 교수는 케냐가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 빠졌으며, 해결책도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오딩가 대표가 이번 재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의 이름은 케냐타 대통령을 포함한 6명의 후보자들과 함께 나란히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

오딩가는 이대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지지자들에게 대규모 항의시위를 촉구하고 있지만, 그가 어느 정도까지 이번 선거를 막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치즈먼 교수는 체부카티 위원장이 케냐타와 오딩가의 회동을 급히 제의하고 나섰으나 현 상황에서 어떤 정치적 협상이 두 후보에게 이득이 될지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오딩가가 원하는 것은 = 과거 3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오딩가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면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8일 대선에서 자신이 부정선거로 패배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의신청을 제기, 대법원은 지난 9월 1일 케냐타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공식 발표된 선거결과를 무효로 하고 60일 이내에 재선거를 치르라고 판결했다.

오딩가는 그러나 선관위 개혁과 일부 위원들의 사퇴 등을 요구하며 재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사퇴하면 법률에 따라 선관위가 개혁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완전히 새로운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계산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치즈먼 교수는 "오딩가는 애초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 그와 케냐 국민은 여태껏 꿈속에서 어두운 터널을 걸어왔다. 오딩가가 또 패배할 가능성이 있는 허점투성이의 재선거가 눈앞에 닥쳤다"라고 분석했다.

치즈먼 교수는 또 "어쩌면 오딩가로서는 케냐 정치사에서 대선의 단골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것보다 선거 자체를 보이콧하는 '핵폭탄 결정'이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케냐타가 원하는 것은 = 케냐 초대 대통령의 아들인 케냐타는 오딩가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재선거를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냐타는 자신이 54%의 지지율로 승리한 것으로 발표된 대선 결과를 뒤집은 대법원 판결에 분노해 판사들을 '사기꾼'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사법체계를 손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케냐타는 즉시 부통령 후보인 윌리엄 루토와 함께 넉넉한 자금을 흩뿌리며 전국순회 유세를 펼쳤다.

반대로, 라일라 후보의 야권연합은 자금부족으로 지지자들에게 모금을 호소하면서 선관위가 개혁 의지가 부족한 데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기자회견을 매일같이 열었다.

케냐타는 야권연합이 선거에는 관심이 없고 권력 분점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을 가했다.

◇신뢰할 만한 선거 치러질까= 이 질문은 이번 재선거에 쓰일 1억 달러(약 1천133억 원)의 비용이 그만한 가치를 발휘하겠느냐는 뜻이다.

케냐타는 오딩가가 불출마하면 나머지 군소 후보 5명을 손쉽게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체부카티 위원장은 양 후보 측의 간섭과 선관위 직원들의 정치적 편향으로 자유롭고 공정하며 신뢰할 만한 선거를 치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체부카티 위원장은 그러면서 오딩가 없이 선거를 치르면 수년간 신임 정부의 합법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치즈먼 교수는 "가장 큰 우려는 준비가 부족한 선거 자체보다 야권 지역에 많은 수의 경찰을 투입해 선거를 강압적으로 치르는 것"이라며 "그것은 곧 재앙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딩가의 고향인 서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선거진행 과정을 교육받던 공무원들을 공격했다.

또 다른 의문은 일부 선거구에서 투표가 진행되지 않은 선거를 합법적인 선거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이며 이 경우 대선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이 또다시 대법원에 접수될 가능성이 크다.

◇케냐인들의 반응은 = 대선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커지면서 경기가 둔화하자 대부분 케냐 국민은 그냥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케냐가 겪는 정치적 위기는 지난 2007~2008년 1천 1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케냐 역사상 최악의 대선 유혈사태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월 대선 결과 발표 이후 40여 명의 야권 지지자 대부분이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 목숨을 잃으면서 케냐 국민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부패한 정치인들에 지쳐 점점 선거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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