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신경전'…英"미래관계 협상하자"·EU"구체안 내놔라"

입력 2017-10-20 05:46   수정 2017-10-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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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신경전'…英"미래관계 협상하자"·EU"구체안 내놔라"

EU, 2단계 협상 승인 않되 진척 대비해 내부준비논의 결정 가능성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5차례 진행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영국 총리와 나머지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19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신경전을 벌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의 EU 탈퇴 조건에 대한 협상뿐만 아니라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나머지 회원국 정상들은 지금까지의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며 협상 진전을 위해선 영국 정부가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협상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는 당초 EU 회원국 정상들이 브렉시트 협상 진척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영국의 EU 탈퇴 조건에 관한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이 있었는지를 평가해 브렉시트 2단계 협상에 진입할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영국의 EU 탈퇴 조건과 관련된 핵심 쟁점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잔류하는 EU 국민의 권리, 영국이 EU 회원국 시절 약속했던 EU 재정기여금 문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의 영토인 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등 세 가지다.


그러나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금까지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어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양측의 미래관계에 대해서도 협상하는 '브렉시트 2단계 협상 진입'을 협상 대표단에 위임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가운데 메이 총리는 이날 영국 정부가 향후 몇 주간 협상에서 '야심에 찬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며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에 대해서도 협상을 시작하자며 나머지 회원국들의 동의를 구하자고 애썼다.

메이 총리의 계산은 비록 이번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2단계 협상 진입을 관철하지 못하더라도 12월 정상회의에선 EU 회원국 정상들이 이를 승인하도록 확실히 해두겠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메이 총리는 자신이 지난 9월 22일 피렌체 연설에서 영국이 2019년 3월 공식적으로 EU를 떠나더라도 2년간 이행 기간을 갖겠다며 대담한 제안을 한 사실을 상기시킨 뒤 "나는 특히 브렉시트 이후 (양측 진영에 머무는) 국민의 권리에 대해 시급하게 합의에 이르기를 원한다"며 "향후 몇 주 내에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가장 큰 쟁점인 영국의 EU 재정기여금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을 거론하지 않으면서 브렉시트 이후 양측 진영에 잔류하는 국민 권리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타결 의사를 내세우며 나머지 정상들 설득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몇몇 EU 정상들은 지금까지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며 협상의 진전을 위해 더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을 것을 영국 측에 요구했다.

아일랜드의 리오 버라드커 총리는 "영국이 항상 말하는 것은 유럽·아일랜드와 가능한 가장 가까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EU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으므로 그들이 탈퇴하려는 EU와 어떻게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지 우리는 훨씬 더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메이 총리는 재정문제 해결에 대해선 어떤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메이 총리는 특히 재정기여금 문제에 대해 더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브렉시트 협상이 현재까지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데 27개 회원국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메이 총리의 언급을 의식한 듯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협상의 진전이 고무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메이 총리를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0일 오전 회의를 하고 브렉시트 협상 대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들은 브렉시트 협상팀에 2단계 협상 진입을 위임하지는 않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최근 협상에서 긍정적인 모멘텀이 있음을 지적하며 오는 12월 정상회의에서 미래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2단계 협상으로 나아가도록 결정할 것에 대비해 내부 준비 논의에 착수토록 결정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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