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무자격 최종검사"…주가 급락·CDS 프리미엄 17개월래 최고
카를로스 곤 부활신화 뿌리부터 흔들리나…"글로벌전략에 타격"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김경윤 기자 = 일본 닛산(日産)자동차의 무자격자 신차 품질검사 스캔들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무자격자 차량검사 논란은 닛산의 차량이 출고되기 전 최종 품질검사를 무자격자가 진행해왔으며, 정부가 이를 적발한 뒤에도 공장 4곳에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확대됐다.
이에 닛산은 일본 내 공장 6곳 전부에서 차량 출하를 중지하기로 했지만, 무자격자 차량검사가 적어도 20년 전부터 이어졌다는 추가 보도까지 나오면서 시장이 출렁였다.
닛산 주가는 장중 2% 이상 급락했고 부도위험 지표는 1년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20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닛산 공장에서 최소 20년 전부터 무자격자가 출고 전 신차 품질검사를 시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출고 전 신차 품질검사는 자동차의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정부가 의무화한 중요 공정이다.
하지만 닛산 사내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20년 전부터 무자격 검사원이 부적절하게 해당 검사를 시행해왔다.
닛산은 재발방지를 위해 자동차 검사장소를 한 곳으로 정한 뒤에 자격을 가진 검사원 이외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20년 넘게 변화가 없었던 완성차 검사원 양성 프로그램도 고치기로 했다.
국토교통성은 닛산에 철저한 재발 방지책 보고를 요구할 방침이다.
당국은 지난 6일 닛산의 무자격자 검사를 적발한 뒤 차량 116만대를 리콜하도록 한 바 있다.
이 같은 보도는 닛산이 일본 내 모든 공장에서 차량 출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적발 이후에도 공장 4곳에서 무자격자 검사가 이어졌다며 "자격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검사하는 일이 조직적으로 고질화됐다"고 사과했다.
닛산은 공장 출하를 전면 중단하며 판매점 재고 차량 약 3만대에 대해서도 재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공장 검사 체제를 개선하고 출하를 재개하기까지는 적어도 2주간이 예상된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내다봤다.
악재가 연달아 겹치면서 닛산 주가는 이날 장초반 2% 이상 급락했다.
닛산 주가는 장중 2.37% 내렸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면서 1.55% 하락 마감했다.
닛산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장중 12bp(1bp=0.01%포인트) 오른 47bp까지 폭등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부정은 개혁의 칼을 빼들어 닛산 부활 신화를 이끈 카를로스 곤 사장 취임 이후에도 줄곧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간신히 회복한 닛산의 소비자 신뢰에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곤 회장은 닛산이 경영위기에 빠져 르노가 1999년 3월 닛산 주식을 취득해 닛산과 자본제휴한 뒤 같은해 6월 닛산의 최고집행책임자(COO)에 올라 18년을 보냈다. 2001년 6월 최고경영자(CEO)로 선출됐다.
아사히신문은 "소비자의 신뢰 실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닛산의 글로벌 전략이 발밑부터 흔들릴 것 같고, 세계시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