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강조에도 시진핑 집권 1기에 국영기업 역할은 커져
원자재 과잉생산·부동산 과열·높은 부채 등 고질병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국 정부가 입으로는 양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했다고 자찬했지만, 여전히 석탄·철강 등 중공업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의 눈부신 미래가 과거에 매여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말과 국가통계국의 자료가 눈에 띄게 괴리를 보인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시 주석은 최근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실현을 강조하며 중국 경제의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에 방점을 뒀다.
그는 "중국 경제가 이미 고속 성장 단계에서 질적 성장 단계로 전환을 실현해 현대화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다음날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살펴보면 중국 경제가 질적 성장 단계로 전환됐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남아있다.
현재 중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석탄 채굴과 철강 생산 등 중공업 분야였다.
글로벌 수요도 많았으며 중국 내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을 비웃듯 시멘트, 철강 등 건설 재료를 꾸준히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그간 철강·알루미늄 등의 과잉생산을 막고 제조업 대신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을 꾀했지만 사실상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1년 반 동안 석탄, 철강, 알루미늄, 구리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의 생산량 제한 조처 탓에 오히려 민간 기업이 문을 닫는 일만 늘었다.
이 와중에 국영기업의 비중만 커지게 된 것도 문제다.
시장의 역할 증대에 대한 지적에도 시 주석 집권기에는 국영기업의 역할이 비대해졌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식 연설을 통해 중국의 국력을 높이기 위해 국영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올해 1∼9월 사이에 부동산 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고질적인 부채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가 부채나 환율 압력으로 자산 가격이 급작스레 붕괴하는 '민스키 모멘트'에 대해 경고했지만 저우 총재를 비롯해 정책자들이 별다른 해결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고 WSJ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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