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중단 위기에 처했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이 재개 쪽으로 결론 남에 따라 원전 수출 산업도 '기사회생'하게 됐다.
그간 원전업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관련 생태계가 파괴돼 결국 원전 수출 산업이 고사(枯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과는 별개로 수익성과 리스크를 따져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원전업계에서는 '우리가 스스로 원전 건설을 중단한다면 누가 해외에서 우리 원전을 사겠냐'며 정부 태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 쪽에 손을 들어줌에 따라 원전 수출 분야에서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원자력 업계는 현재 영국, 체코,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원전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당장 신고리 5·6호기 재개 결정은 사우디 수출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2.8GW 규모의 원전 2기를 내년 착공한다. 장기적으로 2032년까지 17.6GW 규모로 원전을 늘려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조만간 이와 관련한 입찰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물론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원전 수출도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현재 21조원 규모로 차세대 원자로를 건설하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개발사인 누젠 컨소시엄의 지분 60%는 일본 도시바가 갖고 있다.
이 사업에 한국형 신형 원전 모델인 APR 1400도 후보 모델 가운데 하나로 포함돼 있다. 한전이 도시바의 누젠 컨소시엄 지분 60% 인수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한국형 원전도 수출 후보로 포함된 것이다.
APR 1400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 모델로 UAE에 수출된 모델과 같다.
신고리 5·6호기에도 적용됐다.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최근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하면서 유럽 수출길이 열렸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현재 영국을 방문, 장관 면담과 국장급 양자회의를 통해 영국 원전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한수원도 영국에서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 중인 '호라이즌 뉴클리어 파워'로부터 지분 인수 제안을 받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호라이즌은 2012년 일본 히타치(日立)가 인수한 회사로, 영국에 5.4GW 규모(4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체코 정부도 내년 중에 신규원전사업 입찰제안서를 발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사업을 위한 기자재 공급망 구축, 현지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 등 여러 수주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수주 경쟁국으로는 러시아, 중국 등이 꼽힌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원전 수출업계에 최악의 시나리오였는데 현실화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며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원전 수출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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