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재판서 증언, "문건 직접 보진 못해…사익추구로 생각 안 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SK그룹을 끌어들여 최순실씨의 이권을 위해 설립된 회사로 의심받는 K스포츠재단을 지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법정 증언이 나왔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의 속행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단독 면담에서 나온 내용이라며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서류봉투를 전달받았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2월 16일 있었던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비공개 단독 면담 이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과 단독 면담 때 나온 이야기니 (SK 측에) 전달하라"는 전화와 함께 서류봉투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서류 봉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받았고, 이를 받은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또 봉투를 뜯어보지 않은 채 보좌관을 시켜 SK 측에 그대로 건넸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최씨의 변호인이 "봉투 안에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서류가 들어있다고 단정할 수 없지 않느냐"고 묻자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봉투를) 주면서 K스포츠재단 지원 문제를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이어 "그 뒤에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로부터) 메일을 받아 상황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보낸 이메일에는 가이드러너(시각장애인 운동보조) 사업 등 K스포츠재단이 제안한 사업들을 지원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다만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해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최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지시를 이행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SK그룹에 넘겨진 서류봉투 안에 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의 명함과 더블루K 소개서, 가이드러너 사업 연구용역 제안서 등이 담겨 있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SK측에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구하려고 한 정황 증거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한편 이날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민사소송 1심 판결문에 대한 문서송부 촉탁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 합병의 적법성·적정성·위법 여부에 관한 판결로, 이 사건의 진실규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