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지역 내 갈등 확산…이전 지역 반발 설득이 관건
설명회·공청회보다 현지와 협력하는 지역밀착형 설득 필요
(수원 대구 광주=연합뉴스) 군 공항 이전은 지역발전을 위해 추진 중이지만 이 때문에 여론이 갈라지면서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지역과 지역 간 갈등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나뉘면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군 공항이 옮겨 가는 취지와 효과를 기존 공항 지역뿐만 아니라 이전 후보지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설명회나 공청회 방식으로는 반발 여론만 더 키울 수 있는 만큼 현지 지역민에 밀착해 지역 상생발전의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는 설득작업이 무엇보다 우선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 곳곳에 갈등만 확산해 갈라지는 지역사회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면서 지역 간·지역 내 갈등만 확산하고 있다.
수원의 경우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 화성시 내부 갈등이 겹쳐 나오고 있다.
화성시는 국방부와 수원시의 결정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 방침을 천명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화옹지구 인근 우정읍 매향리가 지난 50년간 미 공군 사격장으로 피해를 봤던 곳인데 인근에 군 공항을 조성해 또 피해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 지자체 갈등은 행정구역 경계조정에까지 불똥이 튀었고 양 지역 협력사업인 대단지 택지개발사업도 위기를 맞았다.
화성 내부 갈등도 만만치 않다.
주민 4천 명이 거주하는 간척지인 이전 후보지 화옹지구나 수원 군 공항에 인접한 화성 동부권은 대체로 이전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화성시가 반대하고 화성의 다른 지역도 거부여론이 심해 주민투표까지 가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대구도 경북 군위와 의성에서 통합공항 이전 반대여론이 나온다.
정족수 부족으로 각하되긴 했지만, 군위 주민 4천여 명이 군수 주민소환투표까지 추진했으며 의성주민들도 반대추진위를 구성해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민간공항 존치를 원하는 대구시민들도 있는 데다 일부 시민단체는 공항 이전 사업이 시민 의견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광주는 이전을 추진하는 광주시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전남도와 이전 적정지역에 접근하고 있어 충돌 양상이 아직 표면화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3월과 7월에 하려고 했던 주민설명회가 해당 지자체와 주민 반대로 무산됐고 군 공항 이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꺼리면서 아슬아슬한 잠복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 '이전 지역 반발 설득' 최대 관건…지방선거 변수
군 공항을 옮기려면 기존 지역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이전 후보지의 찬성여론 확산이다.
아무리 옮기려고 발버둥을 쳐도 받아줄 곳이 없다면 군 공항 이전사업은 성과를 얻기 어렵다.
특별법까지 제정해 군 공항 이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으면서도 3곳 모두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기피시설을 타 지역으로 옮기려면 해당 지역의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군 공항 이전사업도 이전 후보지 지역주민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해시켜 군 공항을 수용하도록 하느냐가 핵심이다.
8개월 남짓 남은 지방선거도 복병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 전 이전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이전사업은 선거판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군 공항 이전사업이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공약으로 내걸리면서 선거 최대 이슈로 등장할 것이고 이는 찬성보다는 반대여론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럴 경우 이전사업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선거가 끝난 후 새로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과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 공항 이전을 지역 상생의 기회로 만들어야
상황이 이처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군 공항 지역 지자체들은 이전 후보지 여론 달래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권도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재에 힘을 쏟고 있다.
수원시는 화성시를 위해 군 공항 부지 개발이익금 5천111억원을 지원하고 소음 피해 최소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수원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나서 이견 조율을 시도하고 두 지자체의 갈등에 경기지역 시민종교단체들까지 나서 의견 표명을 하고 있다.
광주도 군 공항만 단독으로 이전하는 계획은 전남의 반대여론을 뚫기 힘든 만큼 무안국제공항과 연계해 민간공항과 동시에 옮겨 해당 지역발전의 기폭제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도 지금처럼 지자체에만 맡겨두지 말고 양 지역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하고 각종 인센티브 제공 등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기피시설 이전사업에 대한 접근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체장이나 지역 지방의원, 유지들을 통해 설명회를 마련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하향식 접근방법이 기존 방식의 대부분이다.
이를 탈피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주민들을 먼저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상향식 접근법으로 다가가 차근차근 찬성여론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건철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군 공항 이전 시작단계부터 이전 대상 후보 지역과 만나 설득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느 한쪽이 피해를 보는 사업이 아니고 함께 상생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을 먼저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도 비선호 시설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전 지역에 대한 매력적인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함께 내놔야 군 공항 이전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인유 최수호 여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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