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수사권 조정방식에 대해서는 두 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고, 필요하면 중립적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구체적인 시점과 방식까지 밝힘에 따라 관련 논의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문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중 하나이며, 새 정부 출범 이후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경찰개혁위원회가 관련 논의를 벌여왔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문제에 관한 정부 차원의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검경도 각각 자체적 대비만 할 뿐, 공식적인 협의는 아직 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과거 정권 적폐 수사가 검찰에 몰리자 이러다가 수사권 조정이 또 물거품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찰 내에서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정부가 검찰의 권력을 분산·축소·폐지해야 하는데 검찰의 칼춤(전면적 수사)에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까 걱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나온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에 비해 공수처의 힘을 너무 약해진 내용이 공개되자 검찰 개혁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부 의지에 변함이 없으니 검경 모두 수사권 조정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유지·운영 책임도 지자체가 지는 자치경찰제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에 대해 철저한 개혁을 주문했다. 정권을 위한 경찰이 아니라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고, 과거의 잘못과 단호히 결별하며, 위법한 경찰력 행사와 부당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거쳐 후속조치를 하라고 했다. 한마디로 인권경찰, 민생 경찰로 환골탈태하는 개혁을 당부한 것이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현재 검찰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권한 가운데 일반 수사권이나 영장청구권 등이 경찰에 부여될 수 있다. 그런데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권을 침해당한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나, 최근 부실수사 논란을 빚은 '어금니 아빠' 살인사건 같은 일이 재발하면 안 되는 것이다. 올해로 창설 72주년을 맞은 경찰은 인권·민생 경찰로 거듭나는 인식전환과 수사력 강화 등 개혁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울러 검경은 서로 탐색전만 하지 말고 각자의 수사권 조정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정부도 중립적인 기구를 통한 조정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 참여정부 때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결국 실패하고, 이명박 정부 시절 총리실이 주도했던 조정 협상이 무산된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