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권 회사 펀듀, 만기 미스매칭되면서 연체율 75%까지 올라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누적 대출액 1조5천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최근 2년간 급성장했던 개인 간(P2P) 금융업계가 연체율 비상에 걸렸다.
P2P금융이란 돈이 필요한 사람이 P2P 금융회사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P2P 금융사들이 심사 후 이를 공개,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금융 서비스다.
한국 P2P 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60개 회원사의 누적 대출액은 1조4천735억원, 대출 잔액은 7천300억원이다.
그러나 평균 연체율(30일 이상 90일 미만)은 2.99%로 전월(1.04%) 대비 3배 가까이 올라갔다.
이처럼 갑자기 연체율이 크게 오른 것은 10위권 P2P 업체인 펀듀의 연체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펀듀는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연체율이 0%였지만 지난 20일 기준으로 77.2%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연체는 시작됐지만 30일이 안 된 상환지연 채권까지 포함하면 연체율은 더 올라간다.
펀듀의 대출 잔액 약 240억원 중 200억원 가량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해 연체 중인 상황이다.
연체율이 갑자기 올라간 것은 펀듀가 일종의 돌려막기 식으로 상품을 구성했다가 투자가 막히면서 상환이 줄줄이 막혀서다.
이 회사는 주로 투자자의 돈을 모아 홈쇼핑 업체들에 돈을 빌려주고 있다.
펀듀에 따르면 통상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 일정이 잡히면 물건을 만들고 방송을 한 뒤 돈이 들어올 때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홈쇼핑 업체들은 주로 6개월 한도로 대출을 받는다.
그러나 펀듀는 P2P 투자자들이 단기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투자상품을 만들 때 주로 1∼3개월짜리 단기 상품으로 구성했다.
홈쇼핑 업체에는 짧게 빌려도 또 다른 투자자를 받아 대환하는 방식으로 이어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말부터 개인 투자자가 한 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연 1천만원으로 묶은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시작되면서 투자자가 급감했고, 대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연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남상우 펀듀 대표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원금 회수가 시작되면 연체율도 떨어지고, 12월 초까지는 모든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도 연체이자는 밀리지 않고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지급 일정이 늦어지고 있어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펀듀의 한 P2P 투자자는 "처음에는 지난 10일까지 다 상환하겠다고 해놓고 다시 이달 말로 상환일을 연기했다"며 "펀듀에서는 다 갚을 수 있다고 하지만 돈을 떼일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펀듀 외에도 부동산 PF를 취급하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연체율과 부실률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누적 대출액이 800억원에 육박하는 빌리는 연체율과 부실률의 합이 16%가 넘고, 스마트크라우드는 21%에 이른다.
부동산 PF대출은 복잡한 사업구조와 다수의 이해관계자, 사업주체의 영세성 등으로 리스크가 높지만,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가 계속해서 몰리고 있다.
P2P 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체 간 과당경쟁을 벌이는 것도 연체율이 올라가는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도입 후 투자가 급격히 줄어 업체들이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수익률이 높다면 그만큼 위험한 상품인데 언제 또 펀듀와 같은 사례가 튀어나올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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